한국 남자골프의 대들보인 임성재(24)가 새로운 기록을 추가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역사상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임성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제86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2위 캐머런 스미스(29·호주)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다. 한국 선수가 마스터스에서 단독 선두로 라운드를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이 대회 3위를 차지한 ‘탱크’ 최경주(52)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준우승 이어 韓 최초 단독 선두 기록

국내 골퍼들 사이에서 임성재는 ‘기록의 사나이’로 통한다.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2부)투어 최초로 시즌 내내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상금왕부터 시작해 한국인 최초 콘페리투어 올해의 선수, PGA투어 아시아 선수 최초 신인왕, PGA투어 한국인 최초 최다 버디 1위(2019년, 2020년, 2021년) 등이 그가 거둔 타이틀이다. 2020년엔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해 당시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 기록도 세웠다.

2년 만에 우승 기회를 잡은 임성재는 “기록은 항상 의미가 있다”며 “아직 첫날이고 좋은 성적을 낸 건 맞지만 (단독 선두라는 기록에) 너무 들뜨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3개의 라운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언을 워낙 잘 쳐서 붙은 ‘아이언맨’이란 별명답게 임성재의 그린 적중률(72%)은 전체 평균(57%)을 훌쩍 웃돌았다. 시작부터 3연속 버디로 치고 나간 임성재는 단숨에 리더보드 상단에 올랐다. 위기도 있었다. 10번홀(파4)과 11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했다.

임성재는 가라앉던 분위기를 이글 하나로 바꿔놨다. 13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한 뒤 4m가 조금 안 되는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잃었던 2타를 순식간에 만회했다. 평정심을 되찾은 그는 15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임성재에 대한 현지 관심도 ‘UP’

임성재를 향한 미국 현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외신기자들은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프레스빌딩 인터뷰룸을 찾은 임성재를 기다렸다가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한국 기자들을 붙잡고 임성재를 취재하는 미국 기자도 있었다. 이날 그가 경기 중반 선두권으로 나선 7번홀부터 떼를 지어 따라다니는 패트론(갤러리)도 눈에 띄었다.

전날 이벤트 대회 ‘파3 콘테스트’에서 임성재의 캐디로 나서 ‘원더 샷’을 보여준 아버지 임지택 씨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임씨는 전날 파3 콘테스트 9번홀(120야드) ‘번외 경기’에서 홀 1.5m 옆에 공을 세웠다. 임성재는 “아버지 셋업 자세만 보고도 나를 포함해 주변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결과가 엉망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똑바로 갔다. 아버지가 좋은 기운을 주셔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했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