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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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소녀에게도 섬의 강풍은 만만찮은 변수였다. 내내 강한 바람이 몰아쳤던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첫날, 임진희(24)는 2오버파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제 텃밭에서 열린 개막전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실수가 너무 많았어요. 실전 감각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강풍을 맞고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주소녀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빠르게 적응했다. 임진희는 8일 제주 롯데스카이힐제주CC(파72·6395야드)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바람이 다소 잦아든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7개 뽑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 공동2위로 경기를 마쳤다. 공동 4위 정윤지(22)와 나란히 7언더파로 ‘데일리베스트’를 기록했다. 그는 단숨에 순위 37계단을 뛰어오르며 선두 김해림(33)을 맹추격했다.

이날 임진희는 말그대로 ‘날았다’. 공을 치면 붙었고, 굴리면 들어갔다. 까다로운 내리막 퍼트도 척척 붙었다. 이날 임진희의 퍼트 수는 총 23개였다.

같은 조에서 경기한 김해림, 정윤지 모두 샷감이 폭발해 시너지도 났다. 세 선수 모두 버디 7개씩을 잡아내 이 조에서만 21개의 버디가 나왔다. 세 명이 모두 버디를 잡은 ‘3버디’도 세 홀이나 나왔다. 임진희는 “셋이서 꼭 챔피언조에서 만나자며 화기애애하게 경기했다”며 “올 시즌 최대한 빨리 우승을 따내고 싶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임진희는 지난해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리며 무명 꼬리표를 뗐다. 이후 하반기 5개 대회에서 톱10에 들며 KLPGA 투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안강건설 모자로 바꿔쓰고 시작한 올 시즌, 임진희는 “상금 7억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퀄리파잉 테스트에 도전할 수 있는 세계랭킹 75위가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자신이따낸 총 상금 3억 1253만원의 두배를 넘게 따내겠다는 포부다. 그는 “최대한 빨리, 많이 우승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서귀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