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한모씨(34)는 최근 혼수로 2300만원짜리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그 돈을 침구에 쏟기로 한 것이다. 한씨는 “매트리스 사는 데만 1년치 급여의 절반을 썼다”며 “너무 비싸다고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 달 사용해보니 만족도가 높다”며 흡족해했다.

매트리스가 수천만원…"연봉 절반, 꿀잠에 써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침구에 투자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 수 역시 증가하면서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관련 시장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통업계에서 나온다.

8일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백화점에서의 프리미엄 침대 매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프리미엄 침대 매출은 전년 대비 104.5% 증가했다. 올해 1~3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91.6% 불어났다.

리빙·유통업계는 이에 맞춰 관련 제품과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지난해 11월 스웨덴 럭셔리 매트리스 브랜드 해스텐스의 침대 ‘그랜드 비비더스’를 전시·판매했다. 스웨덴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이 제품은 주문 뒤 배송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 가격은 5억원으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침대 가운데 최고가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프리미엄 제품군의 매출 증가세에 힘입어 올해도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까사가 독점 수입·판매하는 스웨덴 럭셔리 브랜드 카르페디엠베드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월평균 대비 264% 불어났다. 카르페디엠베드의 대표 제품인 ‘산도’ 가격은 4000만원대다.

글로벌 매트리스 브랜드 씰리침대는 판매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브랜드 ‘헤인즈’를 이달 국내에 선보였다. 최상위급 라인인 ‘헤인즈 플러시’ 퀸 사이즈 가격은 3930만원이다. 하단·프레임·헤드보드 등을 포함하면 가격은 5000만~6000만원 선까지 올라간다.

에이스침대는 올해 들어 최고급 라인 ‘헤리츠’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2000만원에 달하는 헤리츠 블랙 라인 제품을 선보였다.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1 건강생활 통계정보’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6년 54만3184명에서 2020년 65만6391명으로 20.8% 증가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