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국내 일부 증권사가 자신들이 투자한 비상장사의 상장 주관을 맡는 이른바 ‘셀프 상장’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적정 기업 가치를 평가해 투자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주관사가 자사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이해 상충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셀프 상장으로 얻은 평가이익이 수백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올해만 투자한 기업 세 곳을 상장시켜 최소 2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로봇 개발사 유일로보틱스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4월 이 회사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에 참여해 약 60만 주(지분율 9.42%)를 사들였다. 이후 주관사 계약을 맺고 상장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2월 공모 당시 희망공모가는 7600~9200원으로 책정했으나 수요예측에서 흥행하자 공모가를 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18일 상장한 유일로보틱스 주가는 최근 로봇주 강세에 힘입어 2만5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8일 종가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평가이익은 최소 1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가 상장 주관으로 얻은 수수료 약 8억원보다 10배 많은 금액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19일부터 일반청약을 받는 콘텐츠 제작사 포바이포의 상장으로 높은 투자 수익이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9월 포바이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억원을 투자했다. 주당 매입 단가는 9200원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포바이포의 상장 주관을 맡아 희망공모가를 취득가액보다 19.6~52.2% 높은 1만1000~1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IPO 흥행 결과에 따라 수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친환경 설비기업 파나시아를 상장시키면서 투자금 대비 네 배 이상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비판받은 전례가 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주당 1만1250원에 투자했는데 1년 뒤 상장을 추진할 땐 주당 평가액을 4만7000원으로 올렸다. 파나시아는 고평가 논란으로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가 투자한 기업의 상장 주관 업무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지분율 5%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예외로 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