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전선, 플라스틱, 시멘트…. 중소기업을 휘청이게 하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충격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주요 완성품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부품·소재산업의 타격이 큰 탓에 자칫 ‘산업의 피’가 굳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고질적으로 중소기업을 괴롭혀온 원자재 가격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관행은 대·중소기업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시멘트·플라스틱…'산업의 피'가 마른다
시멘트업계는 국제 유연탄 가격 상승 탓에 고전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수익성 악화에 머물지 않고 시멘트업계와 레미콘, 건설업계와의 갈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5일 t당 274.5달러로 작년 4월(93달러)의 세 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시멘트 가격은 여전히 t당 7만8800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2년 전 유연탄 가격(t당 70~80달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선 시멘트로 콘크리트를 만드는 레미콘사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90%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레미콘업계는 모래 자갈 등 다른 골재 가격 상승 부담까지 안고 있어 가격 인상에 미온적이다. 100여 개 건설자재 가격이 모두 오른 건설업계도 여유가 없다.

대기업으로부터 원료를 받아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임가공업체들은 원료를 비싸게 사면서도 납품은 싸게 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한화 SK LG 등 대기업 석유화학 계열사로부터 합성수지를 받아 생활용품, 자동차부품, 비닐 등을 가공하는 2만여 개 플라스틱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합성수지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1년 새 60% 올랐다.

조달청 납품 가격도 원자재가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교량 난간과 창호 등을 생산하는 알루미늄 제조업체들은 알루미늄 가격이 1년 새 t당 240만원에서 480만원으로 두 배가량 올랐지만, 조달청 납품 가격이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은 탓에 경영난을 겪고 있다. 토목 공사 현장에 철선을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70% 이상 상승했지만 조달청 공급 가격은 25%밖에 안 올랐다”고 토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