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거센 女風…'기업들 모시기'에 올해 3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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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0대 기업 사외이사, 여성이 20.7% 차지
8월부터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女 사외이사 의무화 시행 예정
신세계·하이트진로 등 첫 선임
女 43명 중 5명, 두 곳에서 선임
사외이사 인력풀 여전히 부족
사내이사 신규선임은 두 명뿐
관료 선호 낮아지고 법조인 증가
8월부터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女 사외이사 의무화 시행 예정
신세계·하이트진로 등 첫 선임
女 43명 중 5명, 두 곳에서 선임
사외이사 인력풀 여전히 부족
사내이사 신규선임은 두 명뿐
관료 선호 낮아지고 법조인 증가
‘사외이사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이 올해 선임한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이 지난해보다 약 30% 늘었다. 올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선임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는 데 따른 영향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사회적 역할이 갈수록 커지면서 여성 사외이사 몸값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사외이사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후보군이 부족한 탓에 한 명이 여러 곳의 사외이사를 겹쳐 맡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2020년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영향이 크다. 자본시장법 제165조20항에 따르면 올 8월부터 별도 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 여성 이사를 한 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처벌 조항은 없지만 여성 이사 유무가 ESG 경영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신세계, 삼성엔지니어링, 하이트진로 등은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지만 후보군이 부족해 여러 곳을 맡은 여성 사외이사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두 개 회사에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는 11.6%에 달했다. 장지영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는 팬오션과 네오오토 사외이사를 맡았고,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LG화학과 기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외이사·감사위원과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감사위원을 맡았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사외이사와 감사의 책임이 갈수록 무거워져 기업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이 많지 않아 기업들 사이에서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와 달리 올해 선임된 사내이사 98명 중 여성은 2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채선주 전 네이버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다.
기업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직업군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규로 선임된 사외이사 중 교수 선임 비중은 47%로 지난해(39%) 대비 8%포인트 늘었다. 경영대가 26%로 가장 많았고, 법학전문대학원(15%), 경제학과(8%), 행정학과(6%) 등이 뒤를 이었다.
법조인 비중도 13%에서 18%로 5%포인트 증가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법조인을 합치면 비중은 25.5%로 늘어난다. 준법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데다 노동 시장에서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대거 기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관료 선임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10%로 떨어졌다. ‘전관예우’ 풍토가 과거보다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사외이사 선임의 세 가지 키워드는 여성과 전문성, 갈등 관리”라며 “교수와 법조인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의 평균 연령은 60.5세로 지난해(57.6세)보다 2.9세 높아졌다.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 중 최연소는 BGF리테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최자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41)다. 최고령은 DB하이텍의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 명예교수(79)다.
심성미/서형교 기자 smshim@hankyung.com
女 사외이사 30% 늘어
8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성 사외이사 수(43명)는 지난해(33명)보다 3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12.7%에서 올해 20.7%로 8%포인트 상승했다.여성 사외이사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2020년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영향이 크다. 자본시장법 제165조20항에 따르면 올 8월부터 별도 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 여성 이사를 한 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처벌 조항은 없지만 여성 이사 유무가 ESG 경영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신세계, 삼성엔지니어링, 하이트진로 등은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지만 후보군이 부족해 여러 곳을 맡은 여성 사외이사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두 개 회사에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는 11.6%에 달했다. 장지영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는 팬오션과 네오오토 사외이사를 맡았고,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LG화학과 기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외이사·감사위원과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감사위원을 맡았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사외이사와 감사의 책임이 갈수록 무거워져 기업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이 많지 않아 기업들 사이에서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와 달리 올해 선임된 사내이사 98명 중 여성은 2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채선주 전 네이버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다.
관료 선호도는 낮아져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은 여성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올해 두 곳 이상의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맡은 이들은 56명이었다. 작년(37명) 대비 51.4% 급증한 수치다. 유 팀장은 “상법상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선임 결격 사유는 30여 개에 달하기 때문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며 “최근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기업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직업군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규로 선임된 사외이사 중 교수 선임 비중은 47%로 지난해(39%) 대비 8%포인트 늘었다. 경영대가 26%로 가장 많았고, 법학전문대학원(15%), 경제학과(8%), 행정학과(6%) 등이 뒤를 이었다.
법조인 비중도 13%에서 18%로 5%포인트 증가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법조인을 합치면 비중은 25.5%로 늘어난다. 준법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데다 노동 시장에서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대거 기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관료 선임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10%로 떨어졌다. ‘전관예우’ 풍토가 과거보다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사외이사 선임의 세 가지 키워드는 여성과 전문성, 갈등 관리”라며 “교수와 법조인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의 평균 연령은 60.5세로 지난해(57.6세)보다 2.9세 높아졌다.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 중 최연소는 BGF리테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최자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41)다. 최고령은 DB하이텍의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 명예교수(79)다.
심성미/서형교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