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해리슨 육군중장 인터뷰…"한국전쟁 잊혀선 안돼"
이라크·아프간 등 전장 경험…내전지역서 반군에 억류됐다 탈출도
영국군 최초 유엔사 부사령관 "대화가 항상 해법 돼야"
유엔군사령부(UNC) 부사령관인 영국 육군의 앤드루 해리슨 중장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대화와 교류가 항상 해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슨 중장은 지난 8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드래곤힐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매우 긴장된 상태로, 도전이 매달 증대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작년 12월 부사령관 취임과 거의 동시에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그는 "모든 당사자가 상식을 찾고 안보 상황이 현재보다 훨씬 안정적인 상태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국군에서 35년째 복무 중인 해리슨 부사령관은 영국군으로는 최초로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임명돼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직속상관인 미 육군 대장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직)을 보좌해 정전협정 관리 임무를 총괄하고 있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에 대해 "유엔사의 구조와 기능들을 목표에 맞게 재검토하는 작업을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사를 주도하는 미국은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을 하며 장기적으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유엔사는 사실상 미군사령부'라는 주장을 불식시키려는 듯한 다국적화 조치라고 관측한다.

그러나 해리슨 부사령관은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장기적으로 정전협정 관리를 맡은 유엔사의 역할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적응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실패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답했다.

유엔사는 1950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2018년과 2019년 부사령관으로 미군이 아닌 캐나다와 호주의 3성 장군을 잇달아 임명하며 인력 및 조직 구성을 다변화하는 중이다.

영국군 최초 유엔사 부사령관 "대화가 항상 해법 돼야"
해리슨 부사령관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과 정전협정을 대체할 잠재적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평화체제 구축은) 모두가 바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수십 년 된 도전과제들이 남아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내달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와는 "매우 우호적인 관계가 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해리슨 부사령관은 한국의 역동적인 문화와 경제 그리고 강력한 군대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오징어게임'도 봤다"며 "세계의 모든 이들이 한국에 대해 매일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강력하고 매우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실제로 와서 보니 더 흥미롭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북아일랜드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에라리온 등 분쟁이나 전쟁을 겪는 곳에서 여러 차례 근무한 그는 시에라리온 반군에게 붙잡혀 포로가 된 적도 있다.

2000년 유엔 소속 비무장 군사참관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해리슨 소령(당시 계급)은 내전이 발발하면서 혁명통일전선 소속 현지 반군에 12일 동안 포로로 억류됐다.

우여곡절 끝에 반군이 포위하고 있던 유엔 주둔지로 탈출한 그는 3개월 뒤 영국군 특수부대에 의해 다른 유엔 참관단과 함께 구조됐다.

그의 시에라리온 탈출기는 당시 BBC 등 영국 언론에 다뤄졌고, 포로 억류 당시 보여준 활동으로 해리슨 소령은 대영제국 훈장(MBE)을 받기도 했다.

전장에서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인 해리슨 부사령관은 군인과 시민들이 전쟁에서 실제로 죽어가는 것을 보며 평화와 대화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이 효과가 없으며 폭력의 위협이 긴장을 더 고조시킨다는 것"이라면서 "대화가 항상 해결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윈스턴 처칠의 "전쟁보다 협상이 낫다"(To jaw-jaw is better than to war-war)는 명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평화와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선 '전쟁의 대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게 해리슨 부사령관의 지론이다.

"전쟁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전쟁을 미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은 70년 전 끔찍한 갈등(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이런 기억이 희미해지면 전쟁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잊어버릴 위험이 있지요.

"
영국군 최초 유엔사 부사령관 "대화가 항상 해법 돼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