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어루만지는 농업, 치유농업을 들어본 적 있는가?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집중됐던 ‘웰빙’ 열풍은 2010년 이후 인간과 자연 모두의 치유를 통해 행복하고 지속적인 삶을 추구하는 ‘힐링 트렌드’로 변화했다. 힐링(치유) 측면에서 농업은 신체활동으로 인한 물리적 효과 외에도 생명을 돌보는 주체가 된다는 ‘자존감’, ‘내가 가꾼 것이라는 소유의식’, ‘생명 존중 사상’ 등 심리적 효과가 크다.

농업이 심신을 치유하는 단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치유농업》에 따르면 ‘치유농업은 농업소재 및 지원을 활용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되는 모든 농업 활동’을 의미한다.

치유(힐링)농업과 일반 농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치유농업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일상생활 속 무기력감이나 불안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로 인한 심리방역의 역할로 치유농업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과 관련한 사회서비스제도와의 연계, 치매안심센터 등 보건복지 기관과의 연계 작업 또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범사업들에 한정해 진행되고 있다. 농업과 복지를 결합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순기능을 다하는 케어팜(care farm)은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1100개 이상이나 운영되며 치유농업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으나, 국내에는 아쉽게도 케어팜의 성공적인 사례나 모델이 거의 없다. 경쟁에 지친 도시민이 농업·농촌에서 치유적 도움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공익적인 치유농업(치유 농원, 원예치료 등)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치유산업과 관련된 더욱 깊이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최정아 농협경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