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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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대출 금리로 빚을 안고 있는 가계의 주름살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 3%대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적격대출’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은행 주담대 최고 이자율이 연 6%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 같은 ‘반값 금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다른 정책금융상품과 달리 소득 요건이 없다는 점도 적격대출의 장점으로 꼽힌다.

1주택자라면 2년 내 처분해야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 등을 통해 공급하는 주담대 상품이다.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가 대상이다. 다만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투기지역에 있는 주택에 대해선 대출이 불가능하고 기존 주택은 2년 내 처분해야 한다. 담보 주택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내 있다면 기존 주택을 6개월 안에 팔아야 한다.

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와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 공부상 주택이 적격대출 대상이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 등은 제외된다. 최대 5억원까지 분할상환방식(원금 또는 원리금)으로 10~30년 동안 고정금리로 빌려준다. 다만 신청인이 만 39세 이하이거나 신혼부부(결혼예정자 포함)일 경우 최장 40년까지 빌릴 수 있다.
무주택자 서둘러라…적격대출, 농협은행 '완판' 하나·우리 '여유'
다른 정책금융상품에 비해 요건이 덜 까다로운 편이다. 예를 들어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신혼부부·2자녀 이상은 7000만원 이하),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는 8500만원 이하)여야 하지만 적격대출은 이 같은 소득 요건이 없다.

적격대출의 금리는 이달 기준 연 3.95%다. 신용점수나 대출조건 등에 따라 최종 금리가 조금씩 차이 날 수는 있다. SC제일은행만 연 4.17~4.77%의 금리를 공시했다. 이달 현재 적격대출 취급 기관은 SC제일·기업·농협·수협·우리·하나·경남·광주·부산·제주은행, 삼성·교보·흥국생명 등 13곳이다.

시중은행 주담대 중에선 적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상품도 있는 게 사실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 구간은 지난 8일 기준 변동금리가 연 3.40~5.25%, 고정금리는 연 3.74~6.26%였다. 변동금리만 살펴보면 4대 은행 모두 하단이 연 3.95%보다 낮다. 가계대출이 올 들어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국민·농협·신한은행 등이 이달 금리를 0.1~0.45%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금리 오름세가 지속될 예정인 만큼 고정금리인 적격대출이 금리 측면에선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기·은행별로 대출 한도 설정

문제는 적격대출이 무한정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3조5000억원의 적격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공급 목표금액(8조원)의 44% 수준이며 작년 실적(4조4704억원)에 비해서도 22% 적다. 서민 실수요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소득 제한이 없어 고소득자까지 이용할 수 있는 적격대출 규모가 쪼그라든 셈이다.

공급은 줄었는데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적격대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농협은행이 지난 4일 2분기 적격대출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300억원 한도가 모두 동났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배정된 물량이 각각 2500억원과 1000억원으로 농협은행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당장 주택구입 자금이 필요한 수요자라면 서두르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적격대출 취급 규모가 가장 큰 하나은행도 지난 1분기 당시 판매 40여 일 만에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적격대출은 신청한 달에 대출 실행까지 완료하는 게 원칙이다. 잔금일과 대출일이 속한 달은 같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따라 잔금일 전 미리 대출 승인을 받아놓는 예외를 허용하는 곳도 있다. 가령 다음달 잔금을 치르기로 예정돼 있는데 물량 소진이 우려된다면, 이달 적격대출 승인을 받아놓고 다음달에 실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소비자는 대출 실행일 기준으로 금리를 적용받는다. 이 같은 예외적인 방식을 활용하는 고객은 금리 부담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