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의원이 1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의원이 1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0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과도한 보유세와 양도세 등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건축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팀장’으로 지명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물가 때문에 추경을 스톱(중단)할 순 없다”면서도 “어떤 조합을 가지고 (물가 상승) 우려를 해소하면서 추경의 목적을 이루고 성과를 낼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때부터 거론됐던 ‘50조원 추경’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 상황 매우 엄중”

추 후보자는 이날 부총리 지명 후 기자회견을 통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 안정”이라며 “현안인 서민(들의) 생활물가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정부는 각종 물품의 수급이 안정화되도록 노력하고, 공공부문 요금을 잘 살펴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공공요금에 대해선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게 맞지만, 공기업이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며 “그들이 방만경영을 해소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이후 인상을 거론해야 국민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제에 대해선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민생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성장률도 둔화하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만큼 동원할 수 있는 정책이 상당히 제약돼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손실보상 등을 위한 추경 편성과 관련해선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재정 쪽에서도 긴축적으로 가는 게 거시적인 해법이지만, 거시적인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조합을 만들려 한다”며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 등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때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공약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서는 과도한 국가부채와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이유로 추경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 총재와 수시로 만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추 후보자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존중하는 게 당연하지만, 한은도 물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부총리와 한은 총재는 만나는 게 더 이상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금 개혁 집중적으로 다루겠다”

추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시장 정상화는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시장 기능을 존중하고, 시장원리에 충실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급 확대와 보유세·양도세 조정,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거론했다.

추 후보자는 “절대적으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시장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세제를 과도하게 동원해 시장을 잡겠다는 현 정부의 접근은 잘못됐다”며 “과도한 보유세와 양도세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외 문재인 정부의 다른 정책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정책”이라고까지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것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지만, 이를 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성장이 돼야 소득이 늘어나는 거지, 하늘에서 소득이 떨어지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로제)과 탈원전 정책도 무리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이 컸다고 꼬집었다.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추 후보자는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주체는 민간과 기업”이라며 “정부는 기업이 활력 있게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여러 제약을 푸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빨리 풀고, 모래주머니를 벗겨 줘야 한다”며 “기업이 창의와 열정으로 도전을 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복수의 안을 마련해서 국회에 던지는 방식이었는데, 이렇게 해서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공적연금 개혁은 새 정부가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관가에서는 윤 당선인이 고를 수 있는 경제부총리 후보자 중 ‘최선의 카드’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후보자의 친정인 기재부에서도 “될 사람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33년간 경제관료로 일한 만큼 실무에 정통하고, 재선 국회의원을 지내 의회와 원활하게 소통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

△대구(61)
△대구 계성고,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제25회
△세계은행(IBRD)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
△제20, 21대 국회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


도병욱/정의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