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로 반사이득...'떼돈' 벌고 표정관리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매물이 쏟아지면서 미국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고 CNN 비즈니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 거래 플랫폼 마켓액세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부터 지난 7일까지 러시아 국채 거래 규모는 70억 달러(약 8조6천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났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자 기관 투자자들이 이를 빠르게 매각하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던지는 러시아 채권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채권 가격도 매우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워낙 빠르게 채권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이를 물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격은 이보다 느리게 올라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허점을 노리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일 러시아 채권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4,300bp(100bp=1%)로 전날보다 2800bp 올랐다. 이는 원금이 1천만 달러인 러시아 채권의 보험료가 430만 달러라는 의미다.

같은 날 채권 가격은 급격히 내려가 2028년 만기 상품의 경우 달러 당 0.34 달러에 거래됐다. 원금이 1천만 달러인 채권이 340만 달러에 거래됐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1천만 달러인 채권을 340만 달러에 사면서 헤지(hedge·위험 회피)를 위해 CDS를 함께 사도 770만 달러(340만 달러+430만 달러)에 불과해 230만 달러의 차익을 낼 수 있다.

CNN비즈니스는 JP모건 체이스, 골드만 삭스와 같은 미국 대형 금융기관들이 러시아 채권 투자라는 고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도덕적 판단에도 자유로운 헤지펀드들에 이 같은 거래가 가능하도록 중개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슈와브 금융연구센터의 캐시 존스는 "이곳은 월가"라며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허점을 발견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단순히 고객을 돕기 위해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장 형성자로서 고객들이 위험을 줄이고 2차 시장에서 러시아에 노출된 자산을 관리하도록 돕고 있다. 어떤 거래도 제재를 위반하거나 러시아에 이익이 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의 러시아 전문가 필립 니콜스 교수도 이런 거래가 합법적이고 수익성도 높다며 다만 매우 투기적이고 전쟁의 진행과 추가 제재에 따라 위험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채권은 고위험 투자자들의 영역이며 기관 투자자들은 아마 멀리 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