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코로나19 백신 출시량이 연초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유한 국가는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주저하고, 빈곤 국가는 백신 자체를 꺼려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10일(현지시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분석기관인 에어피니티의 자료를 인용해 올 3월 코로나19 백신 출시량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백신 출시는 올 1월 첫째 주 2억1200만개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매주 약 1억400만개로 급격히 감소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심각성이 점차 줄어서란 이유다.

이 기관은 올해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코로나19 백신의 판매량을 이전 추정치인 90억도즈(1도즈=1회 투여분)에서 60억도즈로 낮췄다. 매출 전망도 3개월 전의 809억달러에서 641억달러로 20% 이상 하향 조정했다. 내년 백신 판매량은 20억~40억도즈로 예상했다.

매트 린리 에어피니티 분석 이사는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코로나19보다) 증상이 덜 심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백신의 반복 접종을 꺼리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칠레의 3~4차 접종 현황 조사 결과 (1~2차 접종횟수보다) 3차 접종은 25%, 4차 접종은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에어피니티는 또 올해 세계 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및 모더나가 8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들 회사의 2022년 백신 매출은 각각 364억달러와 187억달러로 이전 추정치보다 15%와 27% 낮췄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의 백신 매출은 각각 30억달러와 28억7000만달러로 추산했다. 노바백스 백신의 예상 매출은 27억4000만달러로 이전 추정치 46억1000만 달러보다 41% 축소했다.

지난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총 6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에어피니티 측은 “현재 세계 코로나19 백신의 재고 수준이 약 23억도즈로 증가하면서 많은 백신 제조사가 생산량을 줄였다”며 “G7 국가와 유럽연합(EU)이 조달한 2억4100만개의 백신은 사용되지 않은 채 유통기한이 이달 중순 만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로저 송 분석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코로나19 백신 시장의 주인이 50억~100억달러 규모의 부스터샷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