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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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자영업자 임모씨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금리가 최근 연 6%를 넘어섰다는 소식을 듣고 “아무리 금리 상승기라고 하지만 과거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임씨의 푸념은 과장이 아니다. 현재 주담대 이자율은 기준금리가 지금의 두배이던 시절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의 준거가 되는 기준금리가 낮은데도 금융 소비자들은 더 비싼 이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례없는 긴축 속도와 강도, 정부의 대출규제 등이 이런 현상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주담대 금리, 9년만에 최고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권의 주담대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88%로 2013년 3월(3.97%)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현재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를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엔데믹의 가시화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한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회수하자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긴축 움직임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금리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연 2.5%이던 2013년 5월에서 2014년 7월까지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3.53~3.82%였다. 기준금리가 연 1.25%에 불과한 현재 금리(연 3.97%)를 밑돈다.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 추이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년 5월~2014년 7월 동안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44~3.04%로 올해 2월(연 2.15%)보다 높았다.

2013~2014년은 기준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던 시기였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2011년 6월 연 3.25%에 달하던 기준금리는 2016년 6월까지 8차례에 걸쳐 연 1.25%까지 낮아졌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절대적인 기준금리 수치 못지 않게 금리가 상승 국면인지, 하강 단계인지가 중요하다”며 “기준금리가 앞으로 수차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불안감이 은행의 조달비용에 선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상승기에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높았는데도 주담대 이자율은 저렴했던 때도 있었다. 2016년 6월~2018년 11월이 그랬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연 1.75%까지 상승했지만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2.66%~3.49%로 현재보다 0.48%포인트 이상 낮았다. 금리 상승 ‘정도’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란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때는 1년 주기로 기준금리가 0.25%씩 올랐지만 지금은 미국에선 한꺼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 스텝’이 거론되고 한국은행도 4회 이상 금리를 올릴 전망”이라고 했다.

○“총량규제發 경쟁제한 효과”

대출 관련 정부 정책이 주담대 금리를 평소보다 더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한 은행들 사이 경쟁 제한 효과가 대표적이다. ‘영끌(영혼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으로 작년 한해 대출 수요가 폭증했으나 은행권은 4~5%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 때문에 은행들이 그동안 금리 할인 경쟁에 나설 수 없었다”며 “오히려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들어선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며 총량규제가 사실상 무의미해지자, 은행권이 금리 상승기임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국민·농협·신한은행 등이 이달 주담대 금리를 0.1~0.45%포인트 내렸지만, 한동안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은행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담대 금리를 일부러 더 빠르게 올린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2년6개월째 거듭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 부실이 얼마나 될지 예측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리스크 대비 비용이 대출금리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