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맞은 K-RE100…PPA 활성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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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으로 74개 기업이 K-RE100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 수단으로 녹색프리미엄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비중이 높은 PPA, 즉 전력구매계약 방식은 외면 받고 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한국형 캠페인 ‘K-RE100’이 도입 2년 차를 맞았다. 시행 초기 기업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은 K-RE100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한국형 RE100(K-RE100)을 도입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RE100과 달리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도 참여가 가능해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말 기준 K-RE100에 참여한 기업은 74곳이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업 32곳, 중견·중소기업 14곳, 공공기관 28곳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기업 참여가 저조해 K-RE100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시행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참여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제도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참여 기업에 금리 우대, 무역보험 우대, 녹색 프리미엄 재원을 활용한 지원사업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글로벌 RE100에 참여한 국내 기업은 15곳이다. 이 중 한화큐셀, 고려아연, 미래에셋 등은 아직 K-RE100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 사업장을 둔 외국계 기업인 나이키, 구글, 아마존 등도 K-RE100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제3자 PPA 활용 기업 전무
전문가들은 K-RE100의 활성화 과제로 이행 수단 보완을 꼽는다. 현재 운영되는 재생에너지 사용 인정 수단은 ▲일반 요금에 더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한전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 프리미엄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구매 ▲한전 중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 간 직접 전력 거래 계약을 맺는 제3자 전력 구매 계약(PPA)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지분투자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로 전력을 사용하는 자가발전 등 5가지다.
현재 기업이 선택하는 이행 수단은 녹색 프리미엄에 치중되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녹색 프리미엄 59건, REC 구매 15건, 자체 건설 4건 등이었다. 제3자 PPA는 실적이 전무했다.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녹색 프리미엄은 상·하반기 입찰을 통해 연간 재생에너지 전력을 고정 가격으로 1년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행 비용도 kWh당 10원 정도로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REC는 녹색 프리미엄과 달리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가격 경쟁력(녹색 프리미엄 대비 5배가량 높음)이 떨어져 기업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해외의 경우 PPA가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EACs)와 더불어 RE100의 주요 이행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 프로젝트(CDP)가 발간한 ‘2021 RE1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PPA 선택 비율은 28%로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 PPA는 고정 가격으로 장기계약을 맺어 가격변동이 큰 재생에너지 비용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망 이용료 및 각종 수수료 등(일반 전기 요금보다 40% 이상 높음)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참여율이 저조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PPA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현재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는 가격은 계통한계가격(SMP)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SMP가 크게 오르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제3자 PPA 체결보다 현물 시장을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를 선호하는 추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재생에너지 보급이 어느 정도 확대되고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정책 목적으로 도입한 REC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은 장기계약으로 수급이 안정적인 제3자 PPA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2일 SK E&S와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최초로 한전을 거치지 않은 직접 PPA 계약을 체결했다.
RE100이어 관심 커지는 ‘ZC100’
PPA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현재 PPA 가격은 전기 요금보다 현저히 높고, 망 이용료 등 수수료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PPA 전력망 이용료 및 수수료 감면 등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RE100 정책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 활용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간헐성 및 변동성을 가진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하고 공급이 안정적인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는 ZC100(Zero-Carbon Electricity 100%)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재생에너지 활용에 따른 ESS 비용, 계통보강 비용 등을 고려하면 ZC100 비율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전자업계 대표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RE100 가입을 보류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ESG 위원회는 지난해 7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RE100 가입 안건을 부결했다. 삼성전자 역시 아직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은 글로벌 사업장 전체의 재생에너지화를 논의해야 하는 만큼 RE100 가입 논의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RE100의 경우 가입 후 1년 안에 RE100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지난해 말 기준 K-RE100에 참여한 기업은 74곳이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업 32곳, 중견·중소기업 14곳, 공공기관 28곳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기업 참여가 저조해 K-RE100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시행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참여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제도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참여 기업에 금리 우대, 무역보험 우대, 녹색 프리미엄 재원을 활용한 지원사업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글로벌 RE100에 참여한 국내 기업은 15곳이다. 이 중 한화큐셀, 고려아연, 미래에셋 등은 아직 K-RE100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 사업장을 둔 외국계 기업인 나이키, 구글, 아마존 등도 K-RE100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제3자 PPA 활용 기업 전무
전문가들은 K-RE100의 활성화 과제로 이행 수단 보완을 꼽는다. 현재 운영되는 재생에너지 사용 인정 수단은 ▲일반 요금에 더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한전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 프리미엄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구매 ▲한전 중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 간 직접 전력 거래 계약을 맺는 제3자 전력 구매 계약(PPA)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지분투자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로 전력을 사용하는 자가발전 등 5가지다.
현재 기업이 선택하는 이행 수단은 녹색 프리미엄에 치중되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녹색 프리미엄 59건, REC 구매 15건, 자체 건설 4건 등이었다. 제3자 PPA는 실적이 전무했다.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녹색 프리미엄은 상·하반기 입찰을 통해 연간 재생에너지 전력을 고정 가격으로 1년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행 비용도 kWh당 10원 정도로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REC는 녹색 프리미엄과 달리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가격 경쟁력(녹색 프리미엄 대비 5배가량 높음)이 떨어져 기업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해외의 경우 PPA가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EACs)와 더불어 RE100의 주요 이행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 프로젝트(CDP)가 발간한 ‘2021 RE1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PPA 선택 비율은 28%로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 PPA는 고정 가격으로 장기계약을 맺어 가격변동이 큰 재생에너지 비용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망 이용료 및 각종 수수료 등(일반 전기 요금보다 40% 이상 높음)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참여율이 저조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PPA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현재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는 가격은 계통한계가격(SMP)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SMP가 크게 오르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제3자 PPA 체결보다 현물 시장을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를 선호하는 추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재생에너지 보급이 어느 정도 확대되고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정책 목적으로 도입한 REC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은 장기계약으로 수급이 안정적인 제3자 PPA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2일 SK E&S와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최초로 한전을 거치지 않은 직접 PPA 계약을 체결했다.
RE100이어 관심 커지는 ‘ZC100’
PPA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현재 PPA 가격은 전기 요금보다 현저히 높고, 망 이용료 등 수수료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PPA 전력망 이용료 및 수수료 감면 등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RE100 정책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 활용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간헐성 및 변동성을 가진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하고 공급이 안정적인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는 ZC100(Zero-Carbon Electricity 100%)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재생에너지 활용에 따른 ESS 비용, 계통보강 비용 등을 고려하면 ZC100 비율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전자업계 대표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RE100 가입을 보류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ESG 위원회는 지난해 7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RE100 가입 안건을 부결했다. 삼성전자 역시 아직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은 글로벌 사업장 전체의 재생에너지화를 논의해야 하는 만큼 RE100 가입 논의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RE100의 경우 가입 후 1년 안에 RE100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