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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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세가 일단락돼가는 분위기지만, 정유기업의 주가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휘발유, 경유(디젤), 등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기업은 장부상 이익을 얻는 데 그치지만, 제품 가격과 국제유가 사이의 간격이 커지면 수익성이 향상된다.

11일 오후 1시24분 현재 에쓰오일(S-Oil)은 전일 대비 4000원(4.04%) 오른 10만3000원에,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둬 사실상 정유주로 분류되는 GS는 1000원(2.31%) 상승한 4만43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유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확대됐다는 소식의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배럴당 123.70달러까지 올랐다가 이달 8일에는 98.26달러로 20.57% 하락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4월 첫 주 스팟 정제마진은 배럴당 22.9달러로 전주 대비 2.6달러 상승했다”며 “4월 첫 주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유는 전주 대비 0.9%가, 고유황 벙커C유는 2.4%가 각각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도 0.5% 하락에 그치는 등 석유제품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적인 저위 재고에 따른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제한적인 신증설로 인한 신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티팟(Teapot)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소규모 민간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점도 석유제품 가격 강세의 배경이다. 티팟 정제설비들은 각각의 생산량이 크지 않지만, 워낙 수가 많아 과거 석유제품 시장을 초과공급 상태로 만든 주범이었다.

최근에는 항공유의 급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동부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7.59달러를 기록해 2주 전의 3.63달러 대비 약 두배로 급등했다”며 “41년래 최대치”라고 전했다.

항공유 공급 부족은 경유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 최근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정유사들이 항공유를 포함한 등유의 생산량을 줄이고 대신 경유의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경유 가격은 천연가스가 부족한 유럽 지역에서 전기 발전을 위한 경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럽 지역의 가스 수급 차질이 돌고 돌아 석유제품 가격까지 밀어 올린 것이다.

문제는 시작점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오는 8월부터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제5차 대러 제재를 채택했다. EU의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는 45%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유·가스·석탄의 생산 증대나 수요 파괴 중 하나가 해답”이라며 “(생산 확대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전통 에너지 기업의 밸류에이션 할인이 해소되던지, 경기침체가 오던지 둘 중 하나”라고 말헀다. 그러면서 “경기침체가 도래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정유업체의 실적과 주가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