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 문부과학성 차관 "교과서 검정이 정치에 지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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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 전 차관 인터뷰 "각의 결정이 올바른 역사라는 보증 없다"
"정치로 교육 비틀면 안 돼…푸틴의 러시아 같은 세상 돼" 마에카와 기헤이 전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최근 일본 교과서 검정에서 '강제연행' 등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표현이 배제된 것이 "교육기본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지배"라고 규정했다.
기헤이 전 차관은 교육기본법 16조가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복종하는 것 없이 (중략) 교육행정은 (중략) 공정하고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거론하며 최근 완료된 교과서 검정 결과에 관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인 2016년 6월∼2017년 1월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을 지낸 그는 현재 현대교육행정연구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완료된 교과서 검정에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의 가해 행위와 관련한 서술에서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토대를 둔 기술이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삭제되거나 '동원' 등으로 수정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2014년 1월 교과서 검정기준이 개정된 것과 작년 4월 일본 정부가 역사 문제에 관한 각의 결정을 한 것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개정된 검정기준에는 '각의 결정이나 그 밖의 방법에 의해 제시된 정부의 통일적 견해나 최고재판소의 판례가 있는 경우는 그것들을 토대로 한 기술'을 하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작년 4월 일본 정부는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 '강제연행'이나 '연행' 대신 '징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며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부린 것이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서를 각의(閣議·내각회의) 결정했다.
일련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강제연행', '강제노동' 등의 표현이 사실상 수정을 강요받았고,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도 대부분 사라졌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각의 결정한 내용이 역사를 올바르게 표현한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로 교육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정말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그런 것을 허용하면 푸틴의 러시아 같은 세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검정이 정치에 지배돼버린 게 문제"라며 현 집권 세력에는 "학문에 대한 경의라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일본 정부가 검정기준을 개정할 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문부과학성 초·중등교육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문부과학상은 우익 성향의 시모무라 하쿠분 중의원 의원이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의 강한 지시에 의해 개정이 이뤄졌다.
나는 이에 매우 반대했으나 저항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바뀐 검정기준이 "정부 견해대로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견해는 꼭 쓰라는 것"이라며 "교과서 자체는 학문을 토대로 써야 하고 정부는 이런 견해라는 기술을 포함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견해와 다른 내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다이이치가쿠슈샤의 경우 '강제연행'이라고 썼다가 정부 견해와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지우지 않았다.
이 출판사는 대신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전시(戰時) 중 한반도에서 노동자가 온 경위는 여러 가지이며 강제연행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고 주석을 붙여 검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들은 대부분 학술적으로 널리 인정된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살리고 정부 견해를 병기하는 대신 '강제연행'을 '동원' 등으로 수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그렇게 쓰는 것이 교과서가 채택되기 쉽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눈치 보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니혼서적이라는 출판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자세하게 다뤘다가 우익 세력의 공격이 쇄도하는 가운데 교과서 채택률이 낮아져 2004년 결국 도산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교과서 출판사로서는 현재의 정치 권력을 쥔 우익계 정치인의 말을 듣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 것에 대해 우선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앞서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산이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라는 것을 알린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하며 사도광산의 강제연행도 인정하고 제대로 알리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
"정치로 교육 비틀면 안 돼…푸틴의 러시아 같은 세상 돼" 마에카와 기헤이 전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최근 일본 교과서 검정에서 '강제연행' 등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표현이 배제된 것이 "교육기본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지배"라고 규정했다.
기헤이 전 차관은 교육기본법 16조가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복종하는 것 없이 (중략) 교육행정은 (중략) 공정하고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거론하며 최근 완료된 교과서 검정 결과에 관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인 2016년 6월∼2017년 1월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을 지낸 그는 현재 현대교육행정연구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완료된 교과서 검정에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의 가해 행위와 관련한 서술에서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토대를 둔 기술이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삭제되거나 '동원' 등으로 수정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2014년 1월 교과서 검정기준이 개정된 것과 작년 4월 일본 정부가 역사 문제에 관한 각의 결정을 한 것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개정된 검정기준에는 '각의 결정이나 그 밖의 방법에 의해 제시된 정부의 통일적 견해나 최고재판소의 판례가 있는 경우는 그것들을 토대로 한 기술'을 하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작년 4월 일본 정부는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 '강제연행'이나 '연행' 대신 '징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며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부린 것이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서를 각의(閣議·내각회의) 결정했다.
일련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강제연행', '강제노동' 등의 표현이 사실상 수정을 강요받았고,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도 대부분 사라졌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각의 결정한 내용이 역사를 올바르게 표현한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로 교육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정말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그런 것을 허용하면 푸틴의 러시아 같은 세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검정이 정치에 지배돼버린 게 문제"라며 현 집권 세력에는 "학문에 대한 경의라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일본 정부가 검정기준을 개정할 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문부과학성 초·중등교육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문부과학상은 우익 성향의 시모무라 하쿠분 중의원 의원이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의 강한 지시에 의해 개정이 이뤄졌다.
나는 이에 매우 반대했으나 저항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바뀐 검정기준이 "정부 견해대로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견해는 꼭 쓰라는 것"이라며 "교과서 자체는 학문을 토대로 써야 하고 정부는 이런 견해라는 기술을 포함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견해와 다른 내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다이이치가쿠슈샤의 경우 '강제연행'이라고 썼다가 정부 견해와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지우지 않았다.
이 출판사는 대신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전시(戰時) 중 한반도에서 노동자가 온 경위는 여러 가지이며 강제연행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고 주석을 붙여 검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들은 대부분 학술적으로 널리 인정된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살리고 정부 견해를 병기하는 대신 '강제연행'을 '동원' 등으로 수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그렇게 쓰는 것이 교과서가 채택되기 쉽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눈치 보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니혼서적이라는 출판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자세하게 다뤘다가 우익 세력의 공격이 쇄도하는 가운데 교과서 채택률이 낮아져 2004년 결국 도산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교과서 출판사로서는 현재의 정치 권력을 쥔 우익계 정치인의 말을 듣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 것에 대해 우선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앞서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산이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라는 것을 알린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하며 사도광산의 강제연행도 인정하고 제대로 알리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