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이현정 교수 등 6인 공저 '가장 외로운 선택'
점점 불행해지는 청춘…청년 죽음, 둘에 하나는 극단적 선택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 등 온갖 봄꽃들이 전국의 산야에 활짝 피어나고 있다.

화사하게 만개한 꽃이 제명을 다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온전한 삶을 멋지게 살아냈기에 피날레의 아름다움이 더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져 버리는 꽃잎에선 씁쓸함을 넘어 처량함마저 느껴진다.

제 삶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허무하게 세상을 등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창 원기왕성한 청춘(靑春)은 푸른 봄날처럼 그 자체로 아름답고 존귀해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청년 자살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20대 청년 사망자 2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자 2천706명 가운데 54.3%인 1천471명이 고의적 자해(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특히 여성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자살률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사회적 고통지수라고나 할까.

청년 자살률이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은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그만큼 위기에 처했고, 고통받는 청년에 대한 지원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한창 꽃피울 20대 나이에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뭐가 문제이기에 우리나라는 청년들에게 '너무도 살기 힘든 사회'가 돼버린 걸까?
점점 불행해지는 청춘…청년 죽음, 둘에 하나는 극단적 선택
점점 불행해지는 청춘…청년 죽음, 둘에 하나는 극단적 선택
신간 '가장 외로운 선택'은 제목 그대로 '청년 자살'의 어두운 현실과 이면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저자는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 이기연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수, 주지영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박건우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 등 6명이다.

이들 저자는 기성세대로부터 전혀 이해받지 못한 가운데 더 불행해진 청년들, 고용 한파로 삶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 청년들, 희망을 잃고서 무기력에 빠진 청년들, 기댈 곳 하나 없이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들, 사회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 등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청년 세대에 대한 몰이해, 실업, 저임금, 계급 불평등, 성차별 등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불행을 들추면서 우리가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치유와 연대,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승자독식의 정글에 고립된 채 불행하게 스러져간 청년들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김현수 교수는 청년 절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성세대와 현 사회의 공감 실패'를 꼽는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가운데, 생존 경쟁에 내몰린 청년 세대는 부모나 친구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갈 힘을 잃곤 한다.

각박한 경쟁 사회에서 어려선 마음고생, 커가면서는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고독사로 죽는 첫 세대라는 얘기다.

이현정 교수는 '여성 청년 자살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로 코로나19 시기를 겪고 있는 여성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이들이 경험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밝혀낸다.

여성 청년의 우울과 절망은 임금 삭감과 퇴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미디어 중심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고립감과 소외, 젠더 폭력, 가정 내 갈등 같은 상황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장숙랑 교수는 '세대 간 감염된 절망에 관하여'에서 90년대생인 20대 여성들의 높은 자살사망률에 주목한다.

이와 함께 50대 중년 남성 자살사망률과 2030 청년의 자살 사망률의 연도별 추이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에 주목하며 세대 간의 '절망 감염'을 언급한다.

청년 불행이 남녀와 세대를 넘어 모든 세대의 불행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불행해지는 청춘…청년 죽음, 둘에 하나는 극단적 선택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수년째 안고 있다.

'자살 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자살이 세대를 넘어 심각한 현안이자 과제가 된 지 오래됐지만, 그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길 줄 모른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을 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23.5명(2020년 기준)으로 OECD 38개국 평균인 10.9명의 2배가 넘었다.

자살률이 20명대인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리투아니아(21.6명)가 유일했다.

특히 과열 경쟁과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쳇바퀴 돌 듯 살아온 청년 세대는 취업도, 연대도, 친구 관계도, 가족 관계도 날로 막막해지고 소원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기혐오에 빠지곤 하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인 힘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을 개인적 선택인 '자살'로 덮어버리지 말고 사회적 공감의 확대로 막아내고 치유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북하우스. 280쪽. 1만6천원.
점점 불행해지는 청춘…청년 죽음, 둘에 하나는 극단적 선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