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복지몰 대행업체 현대이지웰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치투자 명가’ VIP자산운용이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현대이지웰은 영화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도 주요 주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 1위 복지몰' 현대이지웰에 꽂힌 큰손들

범현대가로 고객 확대

11일 현대이지웰은 0.47% 오른 1만750원에 마감했다. 주식시장이 조정받고 있지만 현대이지웰은 이달 들어 10% 넘게 상승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8일 장 마감 후 현대이지웰 지분 5.33%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VIP자산운용은 2년 전부터 이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매수단가는 1만271~1만681원이다.

현대이지웰은 기업 복지제도를 대행하는 국내 1위 복지몰 전문 업체다. 기업 맞춤형 복지몰을 운영한다. 기업들이 건강검진, 명절 선물, 직원 교육 등 16가지 복지제도 중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작년 1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됐다.

VIP자산운용은 범현대가가 현대이지웰의 고객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과의 시너지도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한섬, 리바트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상품이 복지몰에 유통될 경우 현대이지웰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일본 경쟁사보다 저렴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사이언애셋과 템퍼드인베스트먼트도 지분을 각각 5.75%, 7.96% 보유 중이다. 사이언애셋은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운용사다. 두 운용사는 일본에서 비슷한 복지 대행 기업들이 성공한 것을 보고 현대이지웰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복지 예산은 직원 사기 측면에서 역성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이지웰 고객사의 지난 5년간 복지 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7~8%에 달했다. 현대이지웰의 작년 영업이익은 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2019년(98억원)과 비교하면 60% 넘게 증가했다.

올해 현대이지웰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작년 대비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해외 유사기업과 비교 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렴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복지몰 1위 기업 베네핏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6배다. 현대이지웰의 12개월 선행 PER은 15배 수준이다.

플랫폼 경쟁력도 보유

VIP자산운용은 현대이지웰이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이지웰은 복지몰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네이버 최저가에 맞추고 있다. 가격이 일반인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시중 최저가 대비 저렴한 상품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이지웰은 시중 쇼핑몰과 비교해도 상품 가격과 구색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기업 임직원들의 복지몰 직접 구매가 늘어날 경우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VIP자산운용은 최근 1~2년간 전체 자산운용사를 통틀어 최상위권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운용하는 ‘VIP Core Value 펀드’는 작년에만 182% 수익률을 올렸다. 에스엠, 아세아시멘트, 아프리카TV 등의 종목을 초기에 발굴해 큰 수익을 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