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형 아이언돔
2000년대 들어 이스라엘의 최대 골칫거리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주변 무장단체들의 로켓포 공격이었다. 이들의 로켓 성능은 이전까지는 정확도가 낮고 사거리도 짧아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무장단체들이 고성능의 BM-21 다연장 로켓포(방사포) 등을 손에 넣으면서 수십㎞ 떨어진 이스라엘 도시들에 포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2006년에만 4000발이 넘는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으로 주요 도시에서 수십 명이 사망하고 25만 명의 시민이 피난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로켓포와 야포에 무방비로 당하자 이스라엘이 고안해낸 게 아이언돔(Iron Dome) 시스템이다. 2005년 개발을 시작해 2011년 실전배치에 들어갔다.

미국은 당초 포 요격시스템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스라엘은 기어이 국산화에 성공했다. 레이더가 날아오는 포의 궤적을 잡으면 미사일을 발사해 표적 근처에서 공중 폭파해 파편으로 격파하는 방식이다. 사거리 4~70㎞의 다연장 로켓포, 포탄 등을 방어하도록 설계했다. 명중률 90%로, 로켓포 1500여 발을 막아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이스라엘이 20여 발의 팔레스타인 로켓포를 아이언돔이 불꽃놀이 하듯 요격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무장단체들의 로켓포와 야포들은 북한의 장사정포(40㎞ 이상 사거리를 가진 야포와 방사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수천 문의 북한 장사정포는 핵·미사일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북한은 유사시 자주포와 방사포 340문에서 1시간에 1만5000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는 게 군의 분석이다. 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 쏜다면 기존 한·미 방어망으로는 미사일 요격도 힘들다고 한다. 북한은 최근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둔 300∼600㎜ 초대형 방사포도 시험 중이다.

아이언돔이 성공하자 국내에서도 북한 장사정포 요격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6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를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그제 ‘2029년 개발 및 2035년 전력화’라는 시간표를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기 전력화를 공약한 만큼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일각에선 비용 문제를 제기하지만 국민 목숨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갈수록 예리해지는 창에 맞서 무적의 방패를 내놓길 바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