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페이증권서 카카오 0.1주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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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된 공정위 규제에 막힌 금융혁신
카카오페이증권서 카카오 0.1株 못 산다
'상호 출자제한' 속한 5개 증권사 주식 소수점 거래 안돼
"경직된 규제 해석으로 피해 보는 건 결국 개인 소액투자자"
카카오페이증권서 카카오 0.1株 못 산다
'상호 출자제한' 속한 5개 증권사 주식 소수점 거래 안돼
"경직된 규제 해석으로 피해 보는 건 결국 개인 소액투자자"
오는 9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시작되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는 해당 증권사의 계열사 종목에 대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사는 고객이 소수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온주(온전한 주식 1주)를 만들기 위해 해당 종목을 소수점 단위로 추가 매수해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증권사가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상호·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987년 도입된 공정거래법상 상호·순환출자 금지는 기업의 자본금 부풀리기와 대주주의 인위적인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소수점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증권사가 취득할 수 있는 주식은 종목별로 5주로 제한돼 있고 의결권 행사도 불가능하다. 증권업계는 “공정위가 낡은 규제를 무분별하게 적용해 금융 혁신을 막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5개 증권사는 13개 계열사 종목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페이증권(해당 종목 카카오, 카카오페이)과 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금융지주) 현대차증권(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한화투자증권(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삼성증권(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다.
상법상 주식 불가분 원칙과 온주 단위로 설계된 증권거래·예탁 시스템 때문에 소수점 거래를 중개하려면 증권사도 매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A투자자와 B투자자가 한 종목에 대해 각각 0.3주, 0.6주를 주문한다면 증권사는 0.1주를 매수해 1주에 대한 주문을 넣어야 한다.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공정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 전까지 공정위에 관련 유권해석이 가능한지 타진했지만,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는데 유권해석을 통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증권사까지 전면 허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을 소유할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직접 지배받는 지주사, 지주사의 자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2월 소수점 거래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하고,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그러나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페이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계열사 종목에 대해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해석을 굽히지 않았다. 신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예컨대 카카오페이증권의 대주주는 카카오페이고, 카카오페이의 대주주는 카카오”라며 “해당 증권사가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를 매수하면 상호출자나 순환출자의 새로운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소수점 거래 중개 과정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사들이면 새로운 상호출자 고리가 생긴다는 논리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규상 금지하고 있는 데다 대상 기업도 2300개가 넘는 상장사 중 13곳에 불과하다”며 “소수점 거래 시행 후 성과를 봐가며 관계 부처와 법 개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지나치게 경직된 법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각 증권사가 소수점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를 종목별 5주 이내로 제한한 데다 의결권 행사도 금지한 만큼 공정위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 중개 과정에서 생긴 주식 5주로는 상호출자를 통해 자본금을 부풀리거나 대주주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경직된 규제 해석으로 인한 피해는 소액으로 우량주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증권사는 고객이 소수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온주(온전한 주식 1주)를 만들기 위해 해당 종목을 소수점 단위로 추가 매수해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증권사가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상호·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987년 도입된 공정거래법상 상호·순환출자 금지는 기업의 자본금 부풀리기와 대주주의 인위적인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소수점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증권사가 취득할 수 있는 주식은 종목별로 5주로 제한돼 있고 의결권 행사도 불가능하다. 증권업계는 “공정위가 낡은 규제를 무분별하게 적용해 금융 혁신을 막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5개 증권사는 13개 계열사 종목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페이증권(해당 종목 카카오, 카카오페이)과 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금융지주) 현대차증권(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한화투자증권(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삼성증권(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다.
상법상 주식 불가분 원칙과 온주 단위로 설계된 증권거래·예탁 시스템 때문에 소수점 거래를 중개하려면 증권사도 매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A투자자와 B투자자가 한 종목에 대해 각각 0.3주, 0.6주를 주문한다면 증권사는 0.1주를 매수해 1주에 대한 주문을 넣어야 한다.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공정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 전까지 공정위에 관련 유권해석이 가능한지 타진했지만,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는데 유권해석을 통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증권사까지 전면 허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5株로 대주주 영향력 확대?…낡은 규제에 개미만 피해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는 기획 단계부터 난관이 많았다. 소수점 거래 특성상 증권사가 거래 중개 과정에서 직접 주식을 매수해야 하지만 이는 자본시장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을 소유할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직접 지배받는 지주사, 지주사의 자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2월 소수점 거래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하고,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그러나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페이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계열사 종목에 대해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해석을 굽히지 않았다. 신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예컨대 카카오페이증권의 대주주는 카카오페이고, 카카오페이의 대주주는 카카오”라며 “해당 증권사가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를 매수하면 상호출자나 순환출자의 새로운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소수점 거래 중개 과정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사들이면 새로운 상호출자 고리가 생긴다는 논리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규상 금지하고 있는 데다 대상 기업도 2300개가 넘는 상장사 중 13곳에 불과하다”며 “소수점 거래 시행 후 성과를 봐가며 관계 부처와 법 개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지나치게 경직된 법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각 증권사가 소수점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를 종목별 5주 이내로 제한한 데다 의결권 행사도 금지한 만큼 공정위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 중개 과정에서 생긴 주식 5주로는 상호출자를 통해 자본금을 부풀리거나 대주주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경직된 규제 해석으로 인한 피해는 소액으로 우량주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