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입각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1차 내각 인사 명단에 안 위원장 측 추천 인사들이 제외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부로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며 “아울러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 이 의원이 이날 돌연 “입각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은 전날 발표된 1차 내각 명단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발표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6명은 윤석열 캠프 출신이고, 2명은 윤 당선인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인사로 분류됐다. 안 위원장 측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했던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대신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명한 인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치권에선 “안 위원장이 장관 후보자로 윤 당선인 측에 추천한 인사가 한 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안 위원장은 지난 7일만 하더라도 장관 인선에 대해 “나름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도 있고, (인연이) 전혀 없지만 과학계 명망 있는 분들을 추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1차 내각 발표 직후엔 “(후보자) 추천을 했고 당선인께서 고심해서 낙점한 것”이라면서도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고 책임도 인사권자가 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다소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안 위원장이 대선 당시 약속한 주요 공약도 인수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당장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발탁’이라는 안 위원장의 공약은 실현되지 않았다.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교육부 폐지 등 안 위원장이 대선 당시 내세운 정부 조직 개편 공약도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내부에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공동정부’ 공약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윤 당선인과 안 후보 간 신뢰 관계는 여전히 두텁다는 반론도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전에도 안 위원장과 한 시간 정도 소통 하면서 이런저런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두 사람(이 의원과 장 실장) 간의 신뢰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인수위원직 사퇴를 장 실장에게 먼저 알리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주 발표될 2차 내각 인선 결과에 따라 양측 갈등이 봉합될지, 더 커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엽/좌동욱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