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외화부채만 13조원…환율 뛸 때마다 이자비용 '눈덩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5개 배터리 관련 업체의 지난해 말 기준 외화부채는 13조원 규모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환 관련 손실이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삼성SDI(3조8691억원)와 LG에너지솔루션(3조4119억원), SK온(1조208억원), 포스코케미칼(1641억원), 에코프로비엠(984억원) 등의 달러부채는 모두 8조5643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기준 유로화 부채 잔액 4조7783억원을 더하면 외화부채 규모는 1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최근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원 오른 1233원10전에 마감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206원83전으로 작년 평균(1144원61전) 대비 5.4% 상승했다. 주요 기업의 달러 부채 원화 환산액이 환율 상승으로 4000억원 넘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원화 가치가 지금처럼 낮게 매겨지면 배터리 업체들은 앉아서 손실을 보게 된다. 국내 배터리와 소재 제조사 다섯 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5% 뛰면 501억원의 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뜀박질하면(원화 가치는 하락) 원화로 환산한 외화차입금 이자 비용 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SDI의 환 손실이 280억원으로 제일 많고, SK온(92억원), LG에너지솔루션(50억원), 포스코케미칼(43억원), 에코프로비엠(36억원) 등도 수십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공장을 운영하면서 적잖은 유로화 부채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은 원·유로 환율 변화에 민감하다. 원·유로화 환율이 10%가량 상승하면 연간 4471억원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원자재 구입 비용도 부담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 등의 원자재값을 달러를 비롯한 외화로 지급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로 환산한 원자재 매입 비용이 늘면서 실적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업체들은 ‘환율 충격’을 흡수하거나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다수 업체가 원자재를 살 때 환율과 완제품을 팔 때 환율 차를 최소화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결제 대금을 달러나 유로로 많이 내기 때문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다”면서도 “환율이 올라가면 원자재를 비싸게 사야 하지만 완제품도 비싸게 팔 수 있어 환 손실이 상쇄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