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00가구 규모로 재개발되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시공사 입찰에 나설 예정이던 건설사들이 “조합의 무리한 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며 일제히 사업 참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우동3구역은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남천2구역 재건축)과 함께 부산 최대 정비사업장으로 꼽힌다.

우동3구역 조합은 12일 열린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 결과, 신청 업체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고 밝혔다. 조합은 오는 20일께 현장 설명회를 다시 연 뒤 다음 달 재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현장 설명회에 참여했던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KCC건설, 동원개발 모두 이날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우동3구역은 우동 229 일대(16만727㎡)에 지하 3층~지상 최고 39층, 24개 동, 2918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는 총 9200억원이다. 부산 중심 상권인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과 맞닿아 있어 해운대구에서도 알짜 부지라는 평가다.

3구역 조합은 작년 4월 총회에서 2016년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맺었던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시공단이 과거 전임 조합 집행부와 유착해 부적합한 협력 업체를 선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시공단은 △대우건설의 하이엔드(최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 적용 △3.3㎡당 500만원 이하 공사비 책정 △가구당 이주비 2억5000만원 지원 △후분양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추가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현장 설명회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대우건설, HDC현산 컨소시엄의 제안을 뛰어넘는 조건을 제시하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해와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조합 측은 3.3㎡당 공사비를 인근 우동1구역(삼호가든 재건축) 수준(609만원)으로 책정하고, 입찰 참여사에 보증금 700억원도 현금으로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 강남 아파트에 준하는 특화설계를 제안해 달라’고 했을 뿐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철근 등 원자재값 상승을 감안하면 3.3㎡당 600만원에 비싼 마감재를 사용하는 하이엔드 설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3구역 현장 설명회 참여사들은 조합이 요구 조건을 대폭 낮추지 않는 한 재입찰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3구역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면서 작년부터 부산 일대에 불던 하이엔드 브랜드 열풍도 다소 수그러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건설사 간 과열 수주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