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양이를 사랑한 천재 화가의 삶…빼어난 영상미 압권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빼어난 영상미로 스크린은 곧 하나의 화폭이 된다. 그 안에서 고양이의 영특함과 고독을 쏙 빼닮은 천재 화가 루이스 웨인의 삶과 사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사진)는 영국 출신의 화가 루이스 웨인(1860~1939)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렸다. 작품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혐오하는 사람이 많았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웨인은 한 신문사의 삽화가로 일하며 고양이 그림을 신문에 넣는다. 색다른 고양이의 모습에 독자들은 환호했고, 그의 그림은 영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드라마 ‘셜록’을 비롯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파워 오브 도그’ 등에 출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웨인을 연기했다. 연출은 영화 ‘검은 연못’의 각본을 썼던 윌 샤프 감독이 맡았다.

작품은 뛰어난 영상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국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멋진 풍경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영화는 화가 웨인과 그가 그리는 고양이의 모습을 줄기차게 연결한다. 웨인은 여동생들을 부양하기 버거운 상황인데도 그림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신문사의 정규직 제안을 거절한다. 사랑하는 여인 에밀리(클레어 포이 분)를 위해선 가족의 반대와 신분 차이도 무릅쓰는 과감함도 보여준다. 영민하지만 때론 용기 있게 행동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는 이런 웨인의 행동과 에밀리의 대사를 통해 웨인과 고양이의 모습을 연이어 오버랩(이미지를 중첩시키는 기법)한다.

웨인의 그림 속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도 반복해 비춘다. 웨인은 당시 ‘요물’로 취급하던 고양이를 때론 재기발랄하게, 때론 화려하게 표현한다. 미술과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컴버배치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천재 화가로서의 면모, 사랑 앞에서 용기를 내는 숫기 없는 청년, 내면의 불안과 공포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늙고 지쳐버린 노인까지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하지만 웨인의 작품 세계에 집중하는 대신 그의 삶 전체를 보여주려 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작품은 웨인이 오랜 시간 가족과 불화를 겪는 모습, 고양이 환영을 보는 등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상세하게 다룬다. 그러다 보니 호흡이 길고 늘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