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위원장과 인연도 공개…복지분야 전문성 결여 지적도
'출산애국·3m 청진기·포샵'…칼럼 논란 이어지는 정호영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 내용을 둘러싼 '자격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빌딩에 마련된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과거 칼럼 논란에 대해 "의료문제에 있어 그 시점에 일어난 핫이슈에 대해 쉽고 재밌게 풀어 설명하는 성격의 글이었다"고 해명했다.

경북대학교병원 외과 의사인 정 후보자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에 '의창'이라는 칼럼 62개를 기고했다.

이 가운데 2012년 10월 29일에 쓴 '애국의 길'에서 정 후보자는 '결혼이 애국'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지금만큼 애국하기 쉬운 시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때'를 만난 것인데 바로 '결혼'과 '출산'이 그 방법"이라며 "결혼만으로도 당장 예비 애국자가 될 수가 있고, 출산까지 연결된다면 비로소 애국자의 반열에 오른다.

만일 셋 이상 다산까지 한다면 '위인'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썼다.

또 독신자의 암 사망 위험이 기혼자보다 크다는 노르웨이 연구 결과와 폐암 환자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독신자보다 오래 산다는 미국 연구 결과를 인용해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혼, 출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등 인구·가족 정책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출산애국·3m 청진기·포샵'…칼럼 논란 이어지는 정호영
2013년 11월 18일 기고한 '3M(미터)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후보자는 '3m 길이 청진기를 공동구매한다', '의사는 3m 떨어져 있고, 여환(여자환자)분은 의사 지시에 따라 청진기를 직접 본인의 몸에 대시면 됩니다' 등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당시 전의총은 의료인이 성추행 고발을 당하면 10년간 취업·개설을 제한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불합리하다며 반발했는데, 정 후보자는 "애당초 여자 환자의 가슴에 바로 귀를 대기가 민망해서 만들어진 청진기가 이젠 더욱 길어지게 됐다.

어쩌면 앞으로는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라며 동조했다.

2010년 12월 6일 기고한 '디지털 사진' 칼럼에서는 병원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던 중 응시자의 사진과 실제 인물이 판이했다는 경험을 소개하면서 남성보다 여성 응시자가 사진 보정을 더 많이 한다고 일반화했다.

그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심하고 여자의 경우는 미모든 아니든 사진과 실물이 다른데 아마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포샵'을 한 모양"이라고 한 글이 또 다른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정 후보자는 과거 칼럼 논란에 대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40년지기'인 정 후보자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의 인연도 칼럼을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그는 2012년 5월 7일 '인연' 칼럼에서 "내가 안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년쯤 전"이라며 정보전산위원회 구성을 위해 대한의사협회가 컴퓨터를 잘 아는 의사들을 모았는데 당시 자신과 함께 해군 군의관이던 안 위원장도 참석했다는 것이다.

칼럼에서 정 후보자는 "생리학을 전공한 안 교수의 첫인상은 매우 겸손하고 수줍음을 타며 말투도 조금 어눌했다"고 떠올렸다.

안 위원장에게 혼자서 몰두하는 프로그래밍이 적성에 맞았겠다고 물으니 당시 안 위원장이 "글쎄요, 그래서 그런지 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라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또 후에 정치인이 된 안 위원장이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2017∼2020년 경북대병원장 시절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복지 분야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이 차기 정부 현안으로 대두한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 후보자는 "따지고 보면 저도 처음부터 의료전문가가 아니었듯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복지부에 유능한 실무진들이 많으니 소통해가면서 슬기롭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