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초강세론' 콜라노비치의 배신?…또 다른 강세론 등장
상황은 지난주와 거의 같았습니다. 11일(미 동부시간) 전날 밤 아시아 채권 시장이 열리자 금리가 뛰기 시작했고 나스닥과 기술주는 급락세를 이어갔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30bp 이상 올랐는데, 10bp가량 올라 한때 연 2.792%까지 치솟았습니다. 수익률은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해 2019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또 20년물 수익률은 이번 주기에서 모든 기간물 가운데 처음으로 3% 선을 돌파했습니다. 미 중앙은행, Fed의 강력한 긴축 예고에 10년물 금리가 장기 추세선을 깨고 올라간 만큼 도대체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초강세론' 콜라노비치의 배신?…또 다른 강세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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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지속하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불안, 중국의 상하이 폐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장을 인질로 잡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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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Fed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를 인상할 확률을 83.2%, 6월에 50bp 이상 올릴 가능성을 89.9%, 7월에 50bp 이상 올릴 가능성을 71.2%로 베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채권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치솟는 인플레이션 위험과 잠재적 성장 둔화 가능성이 씨름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걱정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대한 지속적 압력은 장기물 금리를 더 높게 이끌고 있으며, 최소한 이는 장기물 가격의 바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12개월 내 침체가 올 가능성은 작으며, 24개월 이내에 올 가능성은 38%에 달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는 당분간 물가 잡는 데 '올인'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결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10년물 금리는 내려가기 시작할 텐데 그렇게 하락하기 전에 한 번은 3%까지 오를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선 이번 주에는 내일 나오는 3월 소비자물가(CPI)와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의 발언, 그리고 뱅크오브캐나다(BoC) 정책 결정 등이 금리에 영향을 줄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역사를 보면 금리가 올라갈 때도 증시가 괜찮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금리가 '좋은 이유'로 올라갈 때입니다. 경기가 좋아서 돈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올라가는 게 좋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정책에 대한 공포 탓에 오르고 있기 때문에 주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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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속적 봉쇄도 근심거리입니다. 상하이 등 산업 중심지에 대한 봉쇄가 강화된 여파로 전날 발표된 중국의 3월 승용차 판매는 10.5%나 감소했습니다. 공장 폐쇄는 그렇지 않아도 혼돈을 겪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주요 지수는 마이너스로 출발했습니다. 금리 상승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받는 나스닥은 1.16% 내렸고 S&P500 지수는 0.62%, 다우는 0.3% 하락한 채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락 폭은 커졌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2.18% 급락했고 S&P500 지수는 1.69%, 다우는 1.19% 떨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9% 내렸고 엔비디아는 5.2% 급락했습니다. 나스닥은 지난주부터 따지면 7% 넘게 내렸고, 엔비디아는 20%나 떨어졌습니다. 반면 유가가 하락하자 델타항공은 4% 급등하는 등 항공주가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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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반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정보들이 블룸버그 챗룸과 트위터 등을 통해 퍼졌습니다. 정보원은 우크라이나의 극우파 군대인 아조브 대대입니다.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 막판 지수는 조금 더 떨어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초강세론' 콜라노비치의 배신?…또 다른 강세론 등장
아침 오전 증시를 끌어내린 하나의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바로 '초강세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가 내놓은 보고서였습니다. 콜라노비치는 "우리는 위험 선호 시각을 유지한다"라면서도 "증시는 3월 초 매도세의 대부분을 회복했고 더는 과매도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 지정학적 위기, 긴축 정책, 성장을 둘러싼 위험은 여전히 높다. 따라서 우리는 지난달 시작했던 주식 '비중 확대'로 전술적으로 증가한 자산에 대해 이익을 실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속해서 강세장을 주장해온 그는 지난달 22일 올해 S&P500 지수 전망치를 5100에서 4900으로 낮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증시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었죠. 그러던 그가 차익실현을 주문하고 나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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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 시각과 채권에 대한 '비중 축소' 등급은 유지했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은 14%에서 12%로 낮췄고, 채권의 경우 -12%였던 것을 -10%로 높였습니다. 그는 또 주식 유니버스 내에서는 에너지 주식과 함께 신흥시장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Fed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지만, 중국은행은 이르면 이달부터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국이 공격적인 긴축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이번 달에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선진시장 대비 신흥시장의 비중을 확대한다. 또 구조적 수급 요인을 고려해 원자재 및 에너지 주식에 대한 대규모 전략적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떨어질 때마다 저가매수를 외쳤던 콜라노비치마저 이제 믿음을 잃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콜라노비치는 금리와 관련, "채권 수익률이 계속 상승하면 결국 주식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실질 금리는 0 부근이어서 실질적으로 주식을 위협할 만큼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관들의 낮은 채권 포지셔닝을 고려할 때 여기에서 실질 금리가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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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채권에 대한 시각은 모건스탠리와 일맥 상통합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주 미 국채에 대한 기존 '비중 축소' 권고를 끝냈습니다. 즉 국채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세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보는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그동안 올해 말 10년물 금리가 2.6%에 달할 것으로 관측해왔는데, 벌써 이를 훌쩍 넘어섰죠.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츠 크로스애셋 전략가는 채권 금리가 내려갈 것 같다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최근 본 것과 같이 채권 수익률 곡선 역전이 발생하면 그 이후 채권은 통상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경제 주기가 크게 확장될 때는 채권 금리가 오르지만, 주기가 후기로 넘어가면 채권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경기가 둔화하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이 시작된다는 얘기입니다. 세 번째, 최근 주식시장에서 경기 방어주가 경기 민감주보다 선전하고 있는데, 이럴 때는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해 걱정할 때이고 이럴 때도 채권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시츠 전략가는 지금은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흔치 않은 일이며 과거처럼 정상화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모건스탠리가 채권 투자 등급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바꾼 것은 지금 당장이라기보다는 향후 12개월을 내다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기가 둔화하고 경기 사이클이 후반으로 가면서 점차 채권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월가에서는 내일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되는 3월 소비자물가(CPI)가 향후 금리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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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보다 높아질 것은 확실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휘발유 가격은 2월 갤런당 3.5달러에서 3월 4.19달러로 뛰었고 식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으니까요.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푸틴의 물가 인상으로 인해 3월 CPI가 엄청나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수치 8.4%, 식품 및 에너지를 뺀 근원 수치 6.6% 수준입니다. 이는 전달 7.9%, 6.4%보다 더 높습니다. 이보다 낮은 수치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기 시작한 이래 딱 한 번(2021년 8월)만 빼고는 실제 발표된 물가 수치는 모두 시장 예상을 넘었었습니다. 현재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크레딧스위스, 씨티, 도이치뱅크 등이 8.6%를 예상하고 제프리스와 바클레이스가 8.5%,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등은 8.4%를 예측합니다. 골드만삭스는 "3월 전월 대비 근원 CPI는 0.4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고차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하락했지만, 우크라이나와 관련되어 신차 및 자동차 부품 가격은 인상됐다. 또 호텔 숙박 및 항공료 등 서비스업 물가가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올라가고 있다. 우리는 임대료가 0.58%, 집주인의 등가임대료(OER)는 0.43%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도심 임대료 반등 및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시차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번 물가 지표에서 정점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BofA는 "3월이 전년 대비 수치로는 정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해 이맘때 물가가 치솟았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은 4~6월에 둔화할 것"이라며 "근원 CPI는 치솟던 중고차 가격이 내림세로 접어듬에 따라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일 아침에 CPI가 나온 뒤 금리가 너무 올랐다는 게 확인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도 "일차적으로 화요일에 근원 CPI의 부드러운 추세를 볼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 공격적으로 채권을 공매도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날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소비자 조사에서 1년(단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인 6.58%까지 치솟았습니다. 전월 6%보다 훨씬 높아진 겁니다. 다행히 장기(3년) 인플레이션은 3.8%에서 3.7%로 소폭 떨어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초강세론' 콜라노비치의 배신?…또 다른 강세론 등장
내일 오후 12시 10분 Fed의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최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Fed의 여론을 이끄는 사람이므로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목 금리가 치솟자 콜라노비치가 지적했듯이 실질 금리도 덩달아 올라 이제 거의 제로에 근접했습니다. 금리보다 주식의 매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이 매력을 유지하려면 수익률이 높아져야 합니다. 기업들의 어닝이 늘어나야 주가가 올라가거나 최소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MKM파트너스의 마이클 다르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S&P500 지수가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정 가치보다 높다"라고 지적하면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을 5년 평균으로 되돌리려면 채권 금리가 약 100bp 하락하든지, 기업 이익이 약 20% 상승하든지, 아니면 증시가 17% 내리든지, 아니면 이들 세 가지가 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초강세론' 콜라노비치의 배신?…또 다른 강세론 등장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지는 수요일 본격화되는 1분기 어닝시즌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은 1분기에 (전년 대비) 4.5%의 이익 성장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는 S&P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이 월가 예상치를 4%가량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는 월가 컨센서스가 하향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마진과 기대가 비현실적으로 높다. 하지만 기업 가이던스는 2020년 2월 이후 가장 약하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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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도 "전쟁으로 인한 충격과 치솟은 원자재 가격, 매파적으로 돌아선 Fed 등에도 불구하고 1분기 월가 컨센서스는 올해 초보다 0.9% 감소하는 데 그쳤다"라면서 이익과 추정치가 추가로 하락할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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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소식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 주식은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월가의 한 관계자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주 미국 상원은 랜드리스법(Lend-Lease)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럽의 승리를 도운 것으로 미국 대통령이 무기를 이 빠르고 손쉽게 우크라이나에 빌려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공식적으로 빌려주는 것이지만 돌려받은 적은 없다. 이 법이 하원까지 통과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속해서 막대한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 이를 '워 머신'을 돌린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되면 방위산업은 신나게 돌아가고 고용을 창출할 것이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미국 셰일가스와 원유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셰일업체들에 증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방산, 에너지 이 두 산업만으로 충분히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 실질적으로 빌드백베터(BBB)법안이 통과된 효과나 마찬가지다. 경기가 유지된다면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집중할 것이다. 게다가 랜드리스법으로 국채 발행량도 늘어날 수 있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가 더 오르면 나스닥 기술주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기술주만 빼고 나머지 미국 주식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본다.

이날 중국 봉쇄가 이어지면서 유가는 4%씩 떨어졌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 24일)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는 4.18% 하락하여 배럴당 98.48달러에 마감되었습니다. 한편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4.04% 하락한 배럴당 94.2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이런 날에도 6%가량 폭등했습니다. 러시아산을 버리려는 유럽이 미국 천연가스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