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BBC
출처=BBC
유로화를 구상한 유럽중앙은행(ECB) 창립 초기 멤버가 최근 ECB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맹비난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트마 이싱 전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가 현재 ECB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난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역시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는데도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싱은 ECB의 첫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유로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ECB가 환상 속에 살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면서 "결국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하는 함정에 빠트리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하는 19개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7.5% 급등해 1997년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싱은 "인플레이션은 잠자는 용이었다"면서 "그 용이 깨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ECB가 이제 와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면서 "(최근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처는 더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최근 ECB 내부에서도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가 득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공개된 ECB의 3월 9~10일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ECB 내 대다수 위원들이 유로존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즉각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