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좌석 예약하고, 사원증 없이도 출근 도장
근무 환경 여건 조성하며 '재택근무' 단점도 보완
거점오피스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공간이라 할 만했다. 사무실 출입구에선 별도 출입카드 없이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기술이 직원 여부를 판별해 문을 열었다. 직원들의편의를 위해 출근 전 집에서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미리 좌석도 예약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창가 쪽 자리가 가장 인기가 많아 금방 예약이 꽉 찬다"며 "지금까지 직원들의 이용률은 주 2~3회 정도다. 공간의 60~70% 정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어에서 만난 디자인 업무 담당 SK텔레콤 직원은 "집은 사당이다. 집과 가까운 신도림으로 출근하니 본사로 출근할 때보다 절반 정도 출근 시간이 단축됐다"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느낌이 나니, 집중이 잘 돼 재택근무보다 낫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본사는 서울 을지로에 있다.
일상이 된 비대면 업무...ICT 기술 집약
사무실에 들어서니 멀리 떨어져 있는 직원들과 가상현실(VR)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오큘러스 퀘스트를 비치한 업무공간이 보였다. 다인용 회의실에선 카메라가 입장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인식했다. 사람이 많으면 광각으로 설정해 전체를 비추고, 발표자가 있는 경우엔 그 사람만 카메라에 띄웠다.거점오피스에서 특히 눈에 띈 장소는 '아이데스크(iDesk)' 였다. 책상 위 태블릿PC에 얼굴을 인식하자 곧바로 개인 가상 데스크톱 환경이 구축됐다. 클라우드 PC 시스템 '마이데스크'를 활용해 본사 PC에 구축해놓은 업무 환경을 그대로 옮겨왔다.
비대면 시대에 걸맞게 협업에는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메신저 '팀즈(Teams)'를 활용하고 비대면 회의 플랫폼으로는 '미더스'와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을 이용했다.
보안에도 신경썼다. SK텔레콤은 개별 사업장에서 독립적으로 쓰고 있는 가상사설망(VPN)에 국내 최초로 양자암호키분배기(QKD)를 연동했다. 양자암호키분배기는 미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는 보안기술로, 제3자가 탈취하려고 하면 양자에 담긴 정보가 바뀌어 이를 방지한다.
온라인 환경에선 생체 인식 기반으로 본인 확인 기술(FIDO, Fast Identity Online)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했고, 사내 내부망으로 통합해 인증을 거치도록 만들어 데이터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했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한 2020년부터 거점오피스를 본격화했다. 윤태하 거점오피스 기획운영TF(태스크포스) 리더는 "2020년의 거점오피스는 잠깐 업무를 보는 곳이었다면, 지금의 스피어는 메인 오피스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주목받는 거점오피스...애플·구글도 회사 안온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들은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체제에 맞게 거점오피스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거점오피스는 업무 환경 구축이 쉽지 않은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과 가까운 거점으로 출근하며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직장 상사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업무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애플은 주 3일 출근을 기본으로 1년에 최대 4주까지 원격근무하는 방안을 이달 중 도입 예정이다. 구글도 4월부터 주 3일 출근을 기본 원칙으로 영구 재택근무 및 근무지 조정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세웠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거점오피스를 도입한다고 알려졌으며 LG전자도 직원들이 회사 밖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도록 하는 '리모트 워크'를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다. KT도 지난해부터 여의도, 송파, 일산 등 3곳에 사설 공유 오피스를 임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디지털 워크' 문화를 적용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은 올해 7월 중 워커힐 호텔에 '워케이션' 컨셉의 거점오피스를 오픈하고 SK텔레콤을 포함한 SK ICT 구성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