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오미크론發 '반짝 특수'로 증설도 어려워
③타이레놀·테라플루 등 해외 생산기지 있어 물량 증대 난항
"구공장 라인 100% 돌려도 역부족"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충북 진천신공장과 경기 화성의 향남구공장 내 액상파우치 전용 생산라인을 100% 가동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이들 공장에서 종합감기약 '콜대원', 어린이용 감기약 '콜대원 키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콜대원 시리즈는 짜 먹는 액상 파우치 타입이다. 가루약, 알약을 잘 먹지 못하는 소아 환자용 약으로 유명하다. 대원제약은 최근 향남공장 내 생산라인 일부를 콜대원 전용으로 전환하기도 했다.그런데도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달엔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해도 공급이 시장 수요의 절반도 못 따라갔다"며 "지금은 확진자가 감소해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화약품(판콜), 동아제약(챔프·판피린), 삼일제약(부루펜), 보령제약(용각산)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에서는 "약국 10곳을 돌아도 약을 구할 수가 없다", "감기약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약국들은 지난 12일부터 아예 문 앞에 "테라플루, 콜대원 품절"이라고 써붙였다.
내리막길 걷던 호흡기 약, 예상 밖 부활
품귀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이같은 수요 급증이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1~2년 전만 해도 호흡기계통 의약품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등 개인 위생이 강화되면서 일반 감기 환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호흡기 의약품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소형 제약사들은 타격을 입었다. 대원제약이 대표적이었다. 대원제약은 2020년 매출 3064억원(별도 기준)으로 전년 3153억원보다 2.8% 감소했다. 8년째 지속되던 매출 성장이 코로나19에 가로막혔다. 대원제약의 전체 매출에서 호흡기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3391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호흡기 의약품 비중을 줄이고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결과였다.이랬던 호흡기 의약품이 '반전 실적'을 내기 시작한 건 올해 들어서다. 생활치료센터·병원 격리 대신 재택치료가 기본이 되면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델타 변이에 비해 치명률·중증화율은 낮은 대신 전파력은 2배 이상 강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하루 확진자가 60만 명까지 치솟자 상비약을 미리 구비해두려는 수요가 커졌다.
호흡기 의약품의 판매 부진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바꿨던 제약사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요를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입약' 테라플루·스트렙실은 더 심각
그렇다고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하려면 약 5~6개월 정도가 걸린다. 수요가 그 때까지 계속될 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판매 호조는 오미크론이 불러온 '반짝 특수'에 가깝다"라며 "확진자가 다시 줄어들면 이런 수요도 다시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증설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테라플루, 스트렙실 등 수입 의약품의 품귀현상은 더 심각하다. 글로벌 제약사 GSK의 테라플루는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일동제약이 들여와 판매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서 테라플루를 직접 생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도 별 수가 없다"며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들어오는 대로 약국에 보내는 게 우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사탕처럼 빨아먹으면 인후통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스트렙실도 영국 옥시레킷벤키저가 생산, 판매하고 있다. 타이레놀도 얀센이 지난해 국내 생산공장을 철수하면서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생산기지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물량 증대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