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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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스타트업과 협업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출시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비상장주식 누적 거래 규모가 7000억원까지 성장한 데다 마켓컬리, 당근마켓 등 비상장 주식에 대한 자자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져서다. 하지만 최근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기존 사업자에 대한 혁신금융사업자 지정을 2년간 연장하면서 후발 주자들은 당분간 사업에 진출하기 어렵게 됐다.

과거 비상장주식은 38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알음알음 거래됐다. 종목명과 희망가격, 연락처를 올리거나 브로커를 통하는 식이다.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거래가 투명하지 않게 이뤄졌다.

스타트업들이 이를 중개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었지만 자본시장법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거나 등록을 하지 않고 금융투자업자의 본질적인 업무를 위탁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비상장주식도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두나무와 피에스엑스(PSX)를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하고 특례를 부여했다.

이후 두나무는 삼성증권과 손잡고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피에스엑스는 신한금융투자와 손잡고 '서울거래 비상장' 플랫폼을 출시했다. 플랫폼이 거래를 중개하고, 그 내역을 증권사에 전달하면 증권사가 결제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말 기준 두 회사를 합쳐 누적 가입 고객은 77만명, 누적 거래 규모는 7000억원에 달했다.

혁신 사업자 지정 기간은 지난달 31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후 신규 사업자도 시장 진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A 증권사는 신규 스타트업 B사와 손잡고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일부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3개월 내에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기존 업체들의 지정 기간을 2년 연장했다. 기존 사업자도 아직 불안정한 상황인만큼 신규 사업자 지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스타트업 B사 관계자는 "혁신금융사업자 지정 자체를 취소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개 업체만 시장을 독점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기존 플랫폼 업체와 추가로 손을 잡으려던 C 증권사도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증권사 계좌에서 비상장거래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사업을 추진했는데, 규제 샌드박스가 후발주자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지금은 각각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계좌가 있어야 해당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