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인상 안되면 수도권 셧다운"…벼랑 끝 레미콘업계 최후통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멘트값 이미 17~19% 인상…원자재 '불똥' 레미콘·건설사로
1년새 3배 뛴 유연탄값, 수급 불안에 협상도 못한 채 '인상' 수용
레미콘-건설업계 협상 시작…"20% 올려달라" VS "10%대 초반"
1년새 3배 뛴 유연탄값, 수급 불안에 협상도 못한 채 '인상' 수용
레미콘-건설업계 협상 시작…"20% 올려달라" VS "10%대 초반"
시멘트 가격이 17~19%인상됐다. 유연탄 가격 폭등과 시멘트 수급 불안에 레미콘업계가 협상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의 비용 부담은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로 번질 조짐이다. 레미콘업계는 이달말까지 건설사가 레미콘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수도권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C&E, 한일, 아세아, 삼표, 성신양회 등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최근 시멘트를 기존 t당 7만8800원에서 17~19% 인상한 9만2000~9만4000원에 레미콘업체에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시멘트업계가 인상안을 통보하면 레미콘업계가 이를 수용할 지 여부를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게 보통 절차였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바람에 업계 대표의 협상없이 개별적으로 이 인상안을 수용한 것이다. 시멘트가격은 지난해 7월 7년만에 처음으로 5.1%인상됐고 올해 2월엔 업계에서 17~19% 인상안을 제시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상된 가격으로 80~90% 거래가 이뤄졌고 수도권은 거의 100%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가격이 급등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더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유연탄 가격 때문이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12일 t당 328달러로 2020년 평균 가격(60달러)의 5배를 넘어선 상태다. 1년 전(작년 4월, 93달러)에 비해 세 배를 넘어 네 배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달초(271달러)에 비하면 벌써 21% 올랐다.
레미콘업계는 인상된 시멘트가격도 작년 여름 유연탄 가격(130달러)을 기준으로 책정된 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 가격에 서둘러 거래한 것으로 보인다. 봄 성수기임에도불구하고 '시멘트 부족사태'로 레미콘업계로선 협상의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250만호 주택공급 공약, 3기 신도시 건설, 수도권 재개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사업 등 영향으로 올해 건설 수요는 작년보다 44%올라 사상 최대규모의 건설투자가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건물의 기초 재료인 시멘트는 벌써부터 재고가 바닥난 상태다. 전국 시멘트공장에서 재고를 쌓을 겨를도 없이 생산 즉시 소진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에 차질이 생긴데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설비 보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일부 설비 가동중단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 컸다. 시멘트업계가 수입하는 유연탄의 75%는 러시아산이다.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시멘트 공급을 못받으면 레미콘 공장은 문을 닫아야한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시멘트 물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받아들였다"고 토로했다.
원자재발(發) 가격 갈등의 불씨는 시멘트과 레미콘업계사이에서 레미콘과 건설업계사이로 옮겨 붙게 됐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모래 자갈 등 골재를 섞어 만든다. 이 레미콘은 철근과 함께 건물 골조공사의 핵심 재료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업계는 지난 12일 건설업계와 처음 만나 레미콘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가격이 이미 2월부터 17~19%로 오른데다 모래 자갈 등 골재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15%, 차량용 경유값은 40%, 운반비는 10%이상 올라 레미콘가격도 최소 20%이상 올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 원가에서 시멘트는 30%, 골재는 20%, 운반지는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10%초반대이상 올리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발주처와 오래전 원자재 가격 기준으로 계약을 한 상태여서 계약 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철근 시멘트 골재 마감재 등 100여 개 건설자재 가격 인상을 모두 감당해야하는 건설업계도 여유가 없긴 마찬가지다.
참다못한 레미콘업계는 '납품 중단'카드를 꺼냈다. 전국 925개 레미콘업체 중 96.8%인 896개는 중소기업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3%이하의 열악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레미콘 가격으로는 팔면 팔수록 손실이 누적돼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이번달 말까지 건설사가 가격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 수도권 레미콘업계는 공급을 끊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1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C&E, 한일, 아세아, 삼표, 성신양회 등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최근 시멘트를 기존 t당 7만8800원에서 17~19% 인상한 9만2000~9만4000원에 레미콘업체에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시멘트업계가 인상안을 통보하면 레미콘업계가 이를 수용할 지 여부를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게 보통 절차였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바람에 업계 대표의 협상없이 개별적으로 이 인상안을 수용한 것이다. 시멘트가격은 지난해 7월 7년만에 처음으로 5.1%인상됐고 올해 2월엔 업계에서 17~19% 인상안을 제시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상된 가격으로 80~90% 거래가 이뤄졌고 수도권은 거의 100%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가격이 급등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더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유연탄 가격 때문이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12일 t당 328달러로 2020년 평균 가격(60달러)의 5배를 넘어선 상태다. 1년 전(작년 4월, 93달러)에 비해 세 배를 넘어 네 배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달초(271달러)에 비하면 벌써 21% 올랐다.
레미콘업계는 인상된 시멘트가격도 작년 여름 유연탄 가격(130달러)을 기준으로 책정된 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 가격에 서둘러 거래한 것으로 보인다. 봄 성수기임에도불구하고 '시멘트 부족사태'로 레미콘업계로선 협상의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250만호 주택공급 공약, 3기 신도시 건설, 수도권 재개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사업 등 영향으로 올해 건설 수요는 작년보다 44%올라 사상 최대규모의 건설투자가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건물의 기초 재료인 시멘트는 벌써부터 재고가 바닥난 상태다. 전국 시멘트공장에서 재고를 쌓을 겨를도 없이 생산 즉시 소진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에 차질이 생긴데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설비 보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일부 설비 가동중단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 컸다. 시멘트업계가 수입하는 유연탄의 75%는 러시아산이다.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시멘트 공급을 못받으면 레미콘 공장은 문을 닫아야한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시멘트 물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받아들였다"고 토로했다.
원자재발(發) 가격 갈등의 불씨는 시멘트과 레미콘업계사이에서 레미콘과 건설업계사이로 옮겨 붙게 됐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모래 자갈 등 골재를 섞어 만든다. 이 레미콘은 철근과 함께 건물 골조공사의 핵심 재료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업계는 지난 12일 건설업계와 처음 만나 레미콘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가격이 이미 2월부터 17~19%로 오른데다 모래 자갈 등 골재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15%, 차량용 경유값은 40%, 운반비는 10%이상 올라 레미콘가격도 최소 20%이상 올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 원가에서 시멘트는 30%, 골재는 20%, 운반지는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10%초반대이상 올리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발주처와 오래전 원자재 가격 기준으로 계약을 한 상태여서 계약 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철근 시멘트 골재 마감재 등 100여 개 건설자재 가격 인상을 모두 감당해야하는 건설업계도 여유가 없긴 마찬가지다.
참다못한 레미콘업계는 '납품 중단'카드를 꺼냈다. 전국 925개 레미콘업체 중 96.8%인 896개는 중소기업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3%이하의 열악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레미콘 가격으로는 팔면 팔수록 손실이 누적돼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이번달 말까지 건설사가 가격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 수도권 레미콘업계는 공급을 끊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