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대가' 강방천, 왜 2등株에 꽂혔나
국내 주식형 펀드 대부분은 삼성전자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면 펀드 수익률도 같이 하락하는 단점이 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주식형 펀드 대부분은 두 자릿수 손실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를 편입하지 않은 펀드가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가치투자 대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이 운용하는 ‘코리아리치투게더’가 대표 사례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는 최근 1년 -1.18%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5% 떨어졌다. 이 펀드의 최근 2년 수익률도 86.9%로 코스피지수 상승률(43.3%)의 두 배가 넘는다.

LG전자 최대 한도까지 투자

코리아리치투게더 편입 비중 1위는 LG전자 우선주다. 편입 비중이 9.83%에 달한다. 단일 종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최대치다. 공모펀드에서는 펀드 규모의 10% 이상을 단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 2~5위는 차례대로 하이브(비중 7.67%), 카카오(7.52%), 미래에셋증권2우B(6.82%), 현대차2우B(6.64%)다.
'가치투자 대가' 강방천, 왜 2등株에 꽂혔나
강 회장이 삼성전자를 사지 않은 이유는 삼성전자 투자가 종합주가지수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 성격에 맞지 않아 2016년부터 편입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점도 강 회장이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다. 강 회장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채택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제일 잘하는 미세 공정 중심의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이 LG전자에 주력하는 이유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유망하게 보고 있어서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담당 VS사업본부, 전기차 동력장치(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차량 조명(ZKW) 등 세 개 축으로 전장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사업도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다. LG전자는 세계 1위 가전업체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로 글로벌 평균(약 20배)의 절반도 안 된다.

우선주로 초과수익 노려

인터넷 기업 1위인 네이버도 상위 편입 종목에 없다. 대신 카카오를 7.52% 비중으로 편입했다. 카카오를 선택한 이유는 메신저 업체로서 플랫폼 확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업이 안정화될 경우 영업이익률이 3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실적 기준 카카오 영업이익률은 9.69%로 네이버(19.4%)의 절반 수준이다.

보통주 대신 우선주에 투자하는 것도 특징이다. 코리아리치투게더는 LG전자, 미래에셋증권, 현대차, CJ제일제당을 모두 우선주로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개선, 주주친화정책이 확대되면서 우선주가 보통주와의 가격차를 좁혀나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펀드가 편입한 우선주 대부분은 보통주의 절반 가격에 거래된다. 예컨대 LG전자 주가는 12만7000원이지만 우선주는 6만700원이다. 강 회장은 다른 우선주도 삼성전자처럼 보통주와 가격을 좁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보통주의 90%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