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500억~1800억원"
'내수 공룡' 떼고 해외사업 시동
국내 1위 패션플랫폼 무신사가 일본 시장을 겨냥한 패션플랫폼 디홀릭커머스를 인수한다. 올해를 ‘K패션 세계화’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후 단행하는 첫 인수합병(M&A)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일본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 ‘디홀릭’을 운영하는 디홀릭커머스를 인수하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창업자인 이동환 대표(86.63%)와 벤처캐피털 위벤처스(12.51%)가 보유한 지분 100%다. 디홀릭커머스의 기업가치는 1500억~18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현금 대신 무신사의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 측은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무신사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글로벌 진출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약 4조원의 몸값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국내 1위 패션플랫폼에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해외에서 팝업 매장을 열어 자사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쌓은 국내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브랜드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플랫폼을 글로벌화하는 방안을 고심해왔다.
무신사는 백지에서 해외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현지에 진출한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속도전을 펴겠다는 전략이다.
디홀릭커머스는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한다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1년 ‘다홍’이라는 소규모 쇼핑몰로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6년에는 중국에, 2008년에는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이 중 일본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동대문 패션’을 일본에 맞게 현지화하는 전략을 짰다. 현지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일본 소비자들이 주문 후 3~4일 만에 한국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배송망도 구축했다.
이후 디홀릭은 연간 온라인 거래액(GMV) 1100억원(2020년 기준)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말에는 위벤처스로부터 1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1000억원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본 교토 삿포로 후쿠오카 등 현지에 의류 매장 6곳과 화장품 편집매장 8곳을 여는 등 오프라인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매출이 2019년 1400억원에서 지난해 94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새로운 활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무신사를 파트너로 맞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차준호/김종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