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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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유 업종 탄소배출량이 1년 전보다 50% 넘게 급증했다. 시멘트 업종은 10% 이상, 석유화학, 발전, 철강은 업종별로 5~9%가량 탄소 배출이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장담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탄소배출량 예측 자체를 잘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주요 탄소배출권 거래사들이 작성한 ‘2021년 탄소배출량 보고서(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344만t으로 2020년(5억5341만t)보다 7.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시장에 새로 참여한 기업들을 감안하면 탄소배출량 증가율은 4%대일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별로 보면 정유 업종의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3124만t으로 전년(2030만t)보다 53.9% 늘었다. 시멘트 업종은 10.2%, 석유화학은 9.2%, 발전은 6.2%, 철강은 5.3% 증가하는 등 산업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탄소배출량 증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대폭 늘린 영향이 크다. 발전 부문의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2억4305만t으로 국내 기업 전체 배출량의 41%를 차지했다. 지난해 경기 회복도 영향을 미쳤다. 탄소배출량은 경기에 민감하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제조업 공장 가동률이 큰 폭으로 줄면서 탄소 배출도 덩달아 감소했지만 지난해 경기가 회복되면서 탄소 배출이 다시 늘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과 2020년 탄소배출량 감소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 효과라고 홍보했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한 에너지 업체 대표는 “(2019~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일종의 착시효과”라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내년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배출량 예측에도 실패했다. 정부는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기업에 무상할당할 탄소배출권을 정할 때 2017~2019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업들이 무상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경우 초과분만큼 배출권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지난해 기업들의 실제 탄소배출량은 할당량에 비해 1848만~2697만t가량 적은 것으로 추산됐다. 작년 경기 회복으로 탄소 배출이 늘긴 했지만 2017~2019년 수준에는 못 미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남는 탄소배출권’을 배출권 시장에 쏟아내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3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선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 관계자는 “정책 실패로 기업들은 당장 탄소배출량 감축에 나설 필요가 없고, 배출권 거래 시장의 왜곡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