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0개월 된 동거녀의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 살해한 양모씨가 2심 법정에서 범행 경위에 대해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연합뉴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의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 살해한 양모씨가 2심 법정에서 범행 경위에 대해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연합뉴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의 딸을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살해한 30대 남성이 항소심 법정에서 범행 경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술을 많이 먹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전고법 형사1-1부(정정미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 살해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를 받는 양모씨(30) 사건에 대한 2심 공판을 속행했다.

이날 재판부와 검찰은 피고인 신문을 직접 진행했다.

"피해자에게 이렇게 가학적인 행위를 한 이유에 대해 스스로 되물어본 적 있느냐", "(폭행할 때) 대체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양씨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을 많이 마셨다"고 답했다.

"피해자를 예뻐하고 평소 애정 표현을 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표현이) 없이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양씨가 범행에 앞서 인터넷으로 '근친상간' 등을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 성향 등을 고려해 보면 성 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양씨에게 직접 세 차례에 걸쳐 근친상간 등에 대해 검색한 이유와 성 충동 약물치료 청구에 대한 생각을 물었지만 양씨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양씨는 지난해 6월15일 새벽 술에 취해 정씨의 딸을 이불로 덮은 뒤 수십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학대·살해 전 아이를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고, 피해자의 친모 정모씨(26)와 함께 아이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안 화장실에 숨겨뒀다.

친딸 시신 유기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재판받은 피해자의 정씨는 이날 법정에서 "양씨가 너무 무서웠고, 평소에도 수시로 때렸다"면서 "엄마로서 아이를 지키지 못해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1심에서 양씨는 징역 30년, 정씨는 1년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22일 진행된다.

한편, 양씨는 'PCL-R(Psychopathy CheckList Revised·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에서 총점 26점을 받았다. 40점 만점의 이 검사에서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연쇄살인범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유영철이 38점, 강호순 27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