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항공이 만든 랠리, JP모간이 던진 불안감
월가에서는 3월 소비자물가(CPI)가 '정점'일 것이라는 게 컨센서스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을 빼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죠. 실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에 그쳐 지난 6개월 중 가장 낮았습니다. 중고차 가전제품 등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해온 상품의 가격은 예상보다 떨어지거나 상승을 멈췄습니다. 이는 경제 재개에 따라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는 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4월부터는 기저효과가 본격화됩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월부터 물가가 급락했고, 기준이 낮아지다 보니 작년 4월부터는 급등했습니다. 이제는 기준이 높다 보니 다시 낮아질 시점이지요. 미 중앙은행(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마저 13일(미 동부시간) CNBC 인터뷰에서 "3월 CPI가 거의 최정점"이라며 "향후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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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인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날 CNBC 인터뷰에서 "이제는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 모두에 흥미로운 기회가 많이 있다. 여기에서 완전히 낙관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매수에 나서기에 좋은 시기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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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플레이션 문제는 사라진 게 아닙니다. 정점을 찍더라도 하락 속도는 매우 느릴 것입니다. 1년 전보다 40%나 치솟았던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면서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더 떨어졌지만, 주거비 등 끈끈한 요인들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품에서 서비스로 물가 상승세가 확신하고 있거든요. 또 중국의 셧다운은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엄청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잠시 떨어졌던 유가도 지난 이틀간 10%가량 급등하는 등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5월 50bp 인상은 확실하며, 다만 일부에서 우려했던 75bp 인상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봅니다. BCA리서치는 "Fed가 5월 회의에서 여전히 금리를 50bp 인상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 시장이 이미 반영하고 있는 향후 12개월 동안 270bp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할 필요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5월 50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86.6%로 일주일 전 77.1%보다 높습니다. 6월에 50bp를 올릴 가능성도 69.8%로 일주일 전 57.8%보다 높아졌죠. 하지만 6월에 75bp 올릴 확률은 일주일 전 27.6%에서 현재 19.8%로 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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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물가에 Fed의 매파적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어제 "중립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고,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은행 총재도 "금리를 신속하게 중립으로 인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제시한 중립금리는 2.4% 수준입니다.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는 통화정책을 가능한 한 빨리 중립에 가깝게 만들려고 하고 있으므로 5월 50bp 인상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감내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한 번에 200bp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밤새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예상보다 높은 50b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를 '가장 적게 후회할 정책 경로'(a policy path of 'least regret)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에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한 캐나다중앙은행도 50bp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4월 25일부터 양적 긴축(QT)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점 징후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 속에 발표된 이 날 아침 8시 30분 발표된 3월 공급자물가(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월 대비로도 1.4%나 올랐습니다. 근원 수치도 전년 대비 7.0%, 전월 대비 0.9% 상승했습니다. 모두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5.7%, 식품은 2.4% 상승해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CPI의 중고차 값처럼 내려간 게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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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PPI 발표 직후 미 국채 금리는 급락했습니다. 발표 직전 2.71% 수준에서 발표 직후 2.69%으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10시 20분께 2.655%까지 하락했습니다. 오후 4시 전날보다 7.7bp 떨어진 2.701%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전날보다 5.3bp 하락한 2.360%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0일 2.6%를 넘기도 했다는 걸 고려하면 단기 급락한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이 채권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 채권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정점' 가능성이 커지자 숏커버링도 발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국채 2년물 등에서 많은 공매도가 커버되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달러화 가치도 조금 내렸다. 너무 강했던 '모멘텀 트레이드'가 이제 좀 약화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한다. 많은 사람이 상당한 돈을 이미 벌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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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날 미 국채 10년물 입찰에 이어 이날 실시된 30년물 입찰은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낙찰 금리는 시장금리보다 0.9bp 높게 결정됐습니다. 아직은 '진짜' 채권 수요가 많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며칠 동안의 채권 랠리는 강력한 펀더멘털의 회복이라기보다는 포지셔닝, 위험 괸리 등 기술적인 것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물가 정점 징후, 그리고 금리 하락에 뉴욕 증시는 반응했습니다. 장 초반 다우는 0.18%, S&P500은 0.05%, 나스닥은 0.03%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 폭은 계속 커졌습니다. 다우는 1.01% 올랐고 S&P500은 1.12% 올랐고 나스닥은 무려 2.03%나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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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I는 이날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큰 관심을 끈 것은 기업 실적이었습니다.이날은 물가보다 1분기 어닝시즌의 개막을 알린 JP모간과 델타항공이 주인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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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는 예상(주당 -1.27달러)보다 적은 분기 손실(-1.23달러)을 보고하고 이번 분기에 예약 급증과 요금 인상으로 치솟는 항공유 비용에도 이익이 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월 월별 매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초과했다면서 2분기 매출은 2019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분기 매출(93억5000만 달러)도 월가 예상(90억10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3월에 역사상 가장 많은 예약을 기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델타항공 주가는 6.21% 폭등했고 전날 가이던스를 통해 1분기 매출이 강력한 여행 수요로 인해 월가가 예상한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밝힌 아메리칸항공(21일 발표)은 10.62% 치솟았습니다. 또 메리어트 7.53%, 카니발 5.40%, 익스피디아 4.9% 등 여행관련주가 동반 폭등하면서 사치재(임의소비재) 업종은 11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2.51%나 급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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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설문조사에서 소비자의 62%는 향후 12개 동안 평소보다 더 많이 여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지난 3월 미국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보면 2019년 같은 달에 비해 항공비 지출이 9%, 숙박비가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소매판매 등에서 소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 걱정해왔지만, 이는 서비스 소비로의 전환 때문이고 여행 수요 등을 보면 여전히 소비자들은 돈이 많고 소비는 매우 강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개선시켰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오늘 하루 랠리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으려 하지 말라. 다만 델타항공의 실적과 가이던스는 꽤 긍정적이었다. 거시경제 상황에 불안한 투자자들은 델타항공의 컨퍼런스콜을 들어보라"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서비스 소비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의 알레한드로 그란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서비스 물가는 높은 숫자이지만 상품만큼 높지는 않다. 경제활동 재개가 이어지고 소비가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내구재 소비를 줄이게 된다면 인플레이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정점' 및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강력한 소비 전환'을 주제로 매수에 나서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내린 업종은 금융, 유틸리티 2개에 불과했습니다. 금융업종이 내린 건 JP모건 탓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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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63달러로 처음엔 월가 예상 2.72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러시아 관련 손실을 감안한 월가 추정치 2.59달러는 넘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분기 매출은 월가 예상치를 상회했고, 총비용은 단 2%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3.18% 내리면서 전체 금융주를 끌어내렸습니다. JP모간의 실적에서 알 수 있는 건 세 가지였습니다.

① 미국 경제는 좋다

1분기 말 JP모건의 총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습니다. 상업 대출은 10%, 신용카드 대출은 15% 증가했습니다. 지난 2년간 조용했던 대출 성장이 나타난 것입니다. 또 신용카드 지출액은 29%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여행 및 외식 지출이 6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와 소기업 예금은 15% 증가했습니다. 여전히 현금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② 미국 경제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

JP모간은 1분기 대손 비용으로 14억6000만 달러를 반영했습니다. 이 중 5억2400만 달러는 니켈 선물가격 폭등과 관련해 1억2000만 달러의 손실을 반영하는 등 대부분 러시아 관련이었습니다. 나머지인 9억2000만 달러는 미래 손실을 대비한 대손충당금이었습니다. JP모간은 지난 여섯 분기 동안에는 대손충당금을 환입했었습니다.

1분기 대손 비용 14억6000만 달러는 월가 예상치 6억175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한 겁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컨퍼런스콜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냐"라는 겁니다. 제레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Fed의 금리 인상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차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이는 Fed가 볼커 스타일로 경기 침체(Volcker-style, Fed-induced recession)를 유발할 확률이 아주 낮은 데에서 약간 더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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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대손충당금을 쌓는 이유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충격으로 미국 경제에 높은 하향 위험 가능성이 있다"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소비자와 기업 재무 상황, 그리고 소비자 지출이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이라면서도 "높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앞으로 상당한 지정학적, 경제적 도전도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금리 상승은 은행에 좋다

금리가 상승한 영향도 나타났습니다. JP모간은 1분기 금리가 뛴 덕에 순이자마진(NIM)은 12월 말의 1.63%에서 1.67%로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총대출까지 6% 증가하면서 순이자 수입은 1분기 138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28억9000만 달러)보다 8% 증가했습니다. 바넘 CFO는 올해 순이자 수입 전망을 1월에 예상했던 약 500억 달러에서 530억 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인해 모기지 대출은 1년 전보다 37%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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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JP모건이 확률을 조금 높인 경기 침체는 나타날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가 잘 돌아가기만 한다면 JP모건의 수익은 더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금융주는 이번 1분기에 가장 실적이 나쁠 것으로 예상하는 업종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JP모건의 실적보다는 델타항공에 환호했을 수 있습니다. 내일은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의 실적 발표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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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1분기 어닝시즌은 괜찮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2분기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일부 있습니다. 계속된 가격 상승과 유가 폭등으로 소비가 정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대표적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업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왔고 기록적 매출과 이익을 올려왔지만, 이는 1분기를 마지막으로 끝날 수 있다"라며 '잠시 동안의 마지막 좋은 실적'(The last big beat for a while)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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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이 버틸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도 나왔습니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네디 설립자는 이날 'TINAC'(There Is No Alternative Country)이라는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즉 '주식밖에 대안이 없다'라는 용어를 활용해 "미국 외에 대안이 없다'라고 주장한 겁니다.

야데니는 "미국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세계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위한 안전한 피난처가 되고 있다"라면서 미 재무부의 해외 순자본 유입 데이터를 제시했습니다. 1월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외국인이 8746억 달러의 미국 증권을 매수했다는 겁니다. 그는 "같은 12개월 동안 외국인은 미국 주식에 대해선 145억 달러를 매각했는데 이는 최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바뀌었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보다 유럽에 더 큰 경기 침체 위험을 제기한다. 전쟁으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신흥국에선 2010년 '아랍의 봄' 사태를 연상케 하는 사회적 격변이 생길 수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코로나 감염에 대응해 다시 한번 봉쇄를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전 세계의 혼란으로부터 안전한 피난처처럼 보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