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 마케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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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고정관념 깬 브랜드 마케팅 전략 승부수
B2D(기업과 디자이너간 거래)마케팅 주도
新전략 ‘DK컬러 비전 2030’ 제시
고정관념 깬 브랜드 마케팅 전략 승부수
B2D(기업과 디자이너간 거래)마케팅 주도
新전략 ‘DK컬러 비전 2030’ 제시
올해는 동국제강이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선보인 지 11년째 되는 해다. 럭스틸은 ‘고급(Luxury)’과 ‘철(Steel)’의 영문 합성어다. 프리미엄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을 표방한다는 뜻이다. 수천 가지 패턴으로 고객 맞춤형 강판 생산이 가능해 특히 프리미엄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건축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제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회사다. 컬러강판은 철강재에 페인트를 도장·코팅하거나 필름을 부착한 제품이다. 일반 철강재보다 t당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다양한 색상은 물론 나무 등 소재의 무늬나 질감도 표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가전제품에도 쓰인다.
장세욱 부회장은 럭스틸을 시장에 선보일 당시 “(럭스틸은) 동국제강이 50년간 쌓아온 경험의 결정체”라며 “세계적인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은 85만t이다. 총 아홉개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으며 보유 품목만 1만종에 달한다. 컬러강판 라인 한 개를 증설하기 위해서는 최소 10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리며 약 200억원이 들어간다. 11년간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이어온 동국제강은 어떤 마케팅 전략을 통해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상황 1 소품종 다량생산이 우세
동국제강이 럭스틸을 처음 선보일 당시 국내 컬러강판 ‘빅3’(동국제강, 동부제철, 포스코강판)은 연산 40만t 내외의 비슷한 생산규모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중국발 공급이 포화상태였고 연산 5만~20만t 규모의 기업들과 가격 경쟁도 벌여야 했다.
동국제강의 승부수는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업계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당장 중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경우 제조원가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인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장세욱 부회장은 규모 중심의 경쟁이 아닌 ‘가능성’에 집중했다. 장 부회장은 “럭스틸의 경쟁자는 이탈리아산 고급 벽지, 강화 유리, 대리석”이라며 “건축자재의 기능을 넘어 건축 문화의 미학으로, 고객들이 상상하는 모든 패턴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미엄 강판 브랜드 제품은 2011년 6만t에서 2021년 28만t까지 5배 가량 성장했다. 컬러강판 중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40%까지 성장했고 컬러강판 사업 매출 비중은 2011년 10%에서 2021년 20%로 높아졌다.
상황 2 철강 판매 대리점 상대 마케팅
동국제강은 럭스틸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마케팅 방식을 대폭 수정했다. 기존 철강 판매 대리점이 아닌 건축 설계사, 건축 디자이너, 건축주를 대상으로 한 B2D(기업과 디자이너간 거래)마케팅을 추진했다. 2013년에는 철강업계 최초로 디자인팀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철강과 디자인을 융합했다.
2016년에는 럭스틸을 적용한 커튼월, 라인패널 등을 생산해 직접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전용 홈페이지인 럭스틸닷컴, 전용 유튜브 채널 등 새로운 접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지금의 럭스틸은 건물 시공 시 건축 설계사 및 디자이너가 먼저 찾는 브랜드로 발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국내 철강 업계의 변화도 이어졌다”며 포스코의 이노빌트, 현대제철이 에이치코어(H core), KG스틸의 엑스톤, 포스코강판의 인피넬리 등 철강업계도 브랜드 경영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 제품에 안전, 친환경, 혁신 등의 가치를 입혀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 3 경쟁사 공격적 설비 증설
지난해 장 부회장은 럭스틸 론칭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은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장 부회장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은 ‘DK컬러 비전 2030’이다.
향후 10년의 컬러강판 시장을 이끌 전략이라는 뜻으로,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생산능력 100만t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매출은 1조4000억원, 생산능력 85만t이다.
장 부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한 키워드로 ‘글로벌’, ‘지속성장’, ‘마케팅’을 제시했다. 동국제강은 멕시코, 인도, 태국 3개국에 두고 있는 생산거점을 미주, 유럽, 동남아, 호주 등을 포함한 7개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친환경 컬러강판 라인(ECCL)도 구축했다. 장 부회장은 “컬러강판 제조 공정에서 코팅용 접착제나, 화석연료 가열 과정을 최소화하는 생산라인으로 탈바꿈 중”이라며 “2030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을 50%까지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외 럭스틸닷컴, 럭스틸TV, 럭스틸 챗봇 서비스 등 디자인 트렌드를 발표하며 럭스틸 브랜드를 강화하는 마케팅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온라인 플랫폼인 스틸샵 닷컴에서 동국제강 전제품을 확대 판매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고정관념을 깬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동국제강을 글로벌 1위의 컬러강판 제조사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럭스틸 이전에는 단색 컬러인 흰색, 아이보리색, 파란색, 붉은색 등의 제품이 주류를 이뤘고, 주로 공장이나 창고에만 사용됐다.
가전 제품도 ‘백색’ 가전으로 불렸고 가전용 컬러강판도 흰색 중심의 강판이 대부분이었다. 약 50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선보이고 선제적 투자로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업계의 냉담한 반응을 극복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B2D마케팅’ 등 시장 변화를 예측한 점도 주요 전략이었다.
그 결과 동국제강의 럭스틸은 다양한 건축물의 내·외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스타벅스 화명점을 포함한 전국 1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도 럭스틸이 활용됐다.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내 제네시스 전용 스튜디오는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럭스틸을 사용했다. 주택, 오피스,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에 럭스틸을 내·외장재로 채택하는 사례는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정민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독일의 한 애견용품 회사의 강아지 집 가격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가격이 무려 3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쌌다. 단순한 강아지 집이 아닌 최고급 맨션에 가까운데, 모던 하우스부터 미국 남부 스타일, 북유럽 스타일, 동화 속 하우스 스타일 등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가득했다.
이 회사는 애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견을 마치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찾았다. 비싼 가격은 반려견에 대한 “사랑”, 혹은 “가족애”로 정당화될 수 있다. 이처럼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에 특별한 “가치(Value)”를 추가해 고가격을 정당화하는 마케팅을 “Value-added pricing” 전략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Value-added pricing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는 “장인 정신”이라는 추가 가치를 부여해 고가격을 정당화한다. 씨네드쉐프와 같은 영화관은 넓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편안한 소파에 누워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임을 어필한다. 즉, 영화 내용은 같지만 추가로 “안락함”, “자유” 혹은 “우정”이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해 고가격을 정당화한다.
만약 Value-added pricing을 할 수 없다면 경쟁사들과 치열한 원가 경쟁, 즉 cost-based pricing 전략을 선택해야만 한다. 하지만 원가 경쟁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마진을 줄여야 하고, 그 이후엔 원가마저 줄여야 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즉, 치열한 가격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마케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Value-added pricing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Value-added pricing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반드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경우에도 경쟁사, 특히 중국산 제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 보다 차별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value-added pricing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자를 아예 이탈리아산 고급 벽지, 강화 유리, 대리석으로 설정했다. ‘럭스틸’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다양한 컬러, 다품종 소량 생산 등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동국제강이 강판 제품에 “미학”, “상상력”, “건축문화”, 혹은 “선택의 자유”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추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일반 철강재보다 t당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해당 가치에 설득된 고객들에게 비싼 가격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는 원가 경쟁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최현자 서울대 교수
동국제강 컬러강판 사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고객 맞춤형’ 강판 생산이다. 동국제강은 다른 철강회사들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서 가격 경쟁을 벌이던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고객들이 상상하는 모든 패턴을 공급하겠다는 동국제강의 도전에 소비자들은 환호했고 그 결과 이 회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철강 분야와 달리 다른 분야에서는 ‘고객 맞춤형’ 전략이 일찍부터 활발하게 사용돼 왔다. 그래서, 특정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여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화(customization)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져 왔다.
한 연구는 소비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맞춤화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소비자 참여 수준이 가장 낮은, 완제품 외형선택형은 제품의 모양이나 색상, 크기, 포장, 라벨 등을 선택해서 바꿀 수 있는 방식이다. 스마트워치의 손목밴드를 자신이 원하는 재질과 색상으로 선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선택적 제품완성형은 제품의 부속품을 변경해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가구제품에서 소비자가 색상이나 재질을 선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 참여 수준이 가장 높은, 협력적 제품완성형은 소비자가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선호나 취향을 반영해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택 인테리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맞춤화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다. 세 가지 유형 중에서 협력적 제품완성형에 대해 가장 높은 지불의사를 보였다.
동국제강 컬러강판은 선택적 제품완성형 혹은 협력적 제품완성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 참여 수준을 적절하게 보장함으로써 맞춤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존의 B2B전략에서 B2D 그리고 B2C로의 마케팅 전환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건축설계사, 건축 디자이너 그리고 건축주야 말로 컬러강판의 참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자신이 맡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종소비자와 이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관여자들의 참여 수준을 어떤 방식으로 또 어느 수준으로 맞춤화가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제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회사다. 컬러강판은 철강재에 페인트를 도장·코팅하거나 필름을 부착한 제품이다. 일반 철강재보다 t당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다양한 색상은 물론 나무 등 소재의 무늬나 질감도 표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가전제품에도 쓰인다.
장세욱 부회장은 럭스틸을 시장에 선보일 당시 “(럭스틸은) 동국제강이 50년간 쌓아온 경험의 결정체”라며 “세계적인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은 85만t이다. 총 아홉개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으며 보유 품목만 1만종에 달한다. 컬러강판 라인 한 개를 증설하기 위해서는 최소 10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리며 약 200억원이 들어간다. 11년간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이어온 동국제강은 어떤 마케팅 전략을 통해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상황 1 소품종 다량생산이 우세
도전 1 ‘브랜드 마케팅’ 승부수
동국제강이 럭스틸을 처음 선보일 당시 국내 컬러강판 ‘빅3’(동국제강, 동부제철, 포스코강판)은 연산 40만t 내외의 비슷한 생산규모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중국발 공급이 포화상태였고 연산 5만~20만t 규모의 기업들과 가격 경쟁도 벌여야 했다.동국제강의 승부수는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업계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당장 중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경우 제조원가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인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장세욱 부회장은 규모 중심의 경쟁이 아닌 ‘가능성’에 집중했다. 장 부회장은 “럭스틸의 경쟁자는 이탈리아산 고급 벽지, 강화 유리, 대리석”이라며 “건축자재의 기능을 넘어 건축 문화의 미학으로, 고객들이 상상하는 모든 패턴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미엄 강판 브랜드 제품은 2011년 6만t에서 2021년 28만t까지 5배 가량 성장했다. 컬러강판 중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40%까지 성장했고 컬러강판 사업 매출 비중은 2011년 10%에서 2021년 20%로 높아졌다.
상황 2 철강 판매 대리점 상대 마케팅
도전 2 B2D(기업·디자이너간 거래)마케팅
동국제강은 럭스틸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마케팅 방식을 대폭 수정했다. 기존 철강 판매 대리점이 아닌 건축 설계사, 건축 디자이너, 건축주를 대상으로 한 B2D(기업과 디자이너간 거래)마케팅을 추진했다. 2013년에는 철강업계 최초로 디자인팀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철강과 디자인을 융합했다.2016년에는 럭스틸을 적용한 커튼월, 라인패널 등을 생산해 직접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전용 홈페이지인 럭스틸닷컴, 전용 유튜브 채널 등 새로운 접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지금의 럭스틸은 건물 시공 시 건축 설계사 및 디자이너가 먼저 찾는 브랜드로 발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국내 철강 업계의 변화도 이어졌다”며 포스코의 이노빌트, 현대제철이 에이치코어(H core), KG스틸의 엑스톤, 포스코강판의 인피넬리 등 철강업계도 브랜드 경영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 제품에 안전, 친환경, 혁신 등의 가치를 입혀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 3 경쟁사 공격적 설비 증설
도전 3 향후 10년 이끌 新전략 제시
지난해 장 부회장은 럭스틸 론칭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은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장 부회장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은 ‘DK컬러 비전 2030’이다. 향후 10년의 컬러강판 시장을 이끌 전략이라는 뜻으로,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생산능력 100만t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매출은 1조4000억원, 생산능력 85만t이다.
장 부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한 키워드로 ‘글로벌’, ‘지속성장’, ‘마케팅’을 제시했다. 동국제강은 멕시코, 인도, 태국 3개국에 두고 있는 생산거점을 미주, 유럽, 동남아, 호주 등을 포함한 7개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친환경 컬러강판 라인(ECCL)도 구축했다. 장 부회장은 “컬러강판 제조 공정에서 코팅용 접착제나, 화석연료 가열 과정을 최소화하는 생산라인으로 탈바꿈 중”이라며 “2030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을 50%까지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외 럭스틸닷컴, 럭스틸TV, 럭스틸 챗봇 서비스 등 디자인 트렌드를 발표하며 럭스틸 브랜드를 강화하는 마케팅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온라인 플랫폼인 스틸샵 닷컴에서 동국제강 전제품을 확대 판매할 예정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럭스틸은 철강업계 최초로 브랜드를 선보였다. 강판에 기능, 색, 디자인을 더한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출시한 후 마케팅 타깃도 기존 철강 판매 대리점에서 디자이너 등으로 전환했다.무엇보다 고정관념을 깬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동국제강을 글로벌 1위의 컬러강판 제조사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럭스틸 이전에는 단색 컬러인 흰색, 아이보리색, 파란색, 붉은색 등의 제품이 주류를 이뤘고, 주로 공장이나 창고에만 사용됐다.
가전 제품도 ‘백색’ 가전으로 불렸고 가전용 컬러강판도 흰색 중심의 강판이 대부분이었다. 약 50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선보이고 선제적 투자로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업계의 냉담한 반응을 극복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B2D마케팅’ 등 시장 변화를 예측한 점도 주요 전략이었다.
그 결과 동국제강의 럭스틸은 다양한 건축물의 내·외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스타벅스 화명점을 포함한 전국 1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도 럭스틸이 활용됐다.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내 제네시스 전용 스튜디오는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럭스틸을 사용했다. 주택, 오피스,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에 럭스틸을 내·외장재로 채택하는 사례는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정민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독일의 한 애견용품 회사의 강아지 집 가격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가격이 무려 3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쌌다. 단순한 강아지 집이 아닌 최고급 맨션에 가까운데, 모던 하우스부터 미국 남부 스타일, 북유럽 스타일, 동화 속 하우스 스타일 등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가득했다.
이 회사는 애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견을 마치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찾았다. 비싼 가격은 반려견에 대한 “사랑”, 혹은 “가족애”로 정당화될 수 있다. 이처럼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에 특별한 “가치(Value)”를 추가해 고가격을 정당화하는 마케팅을 “Value-added pricing” 전략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Value-added pricing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는 “장인 정신”이라는 추가 가치를 부여해 고가격을 정당화한다. 씨네드쉐프와 같은 영화관은 넓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편안한 소파에 누워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임을 어필한다. 즉, 영화 내용은 같지만 추가로 “안락함”, “자유” 혹은 “우정”이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해 고가격을 정당화한다.
만약 Value-added pricing을 할 수 없다면 경쟁사들과 치열한 원가 경쟁, 즉 cost-based pricing 전략을 선택해야만 한다. 하지만 원가 경쟁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마진을 줄여야 하고, 그 이후엔 원가마저 줄여야 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즉, 치열한 가격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마케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Value-added pricing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Value-added pricing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반드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경우에도 경쟁사, 특히 중국산 제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 보다 차별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value-added pricing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자를 아예 이탈리아산 고급 벽지, 강화 유리, 대리석으로 설정했다. ‘럭스틸’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다양한 컬러, 다품종 소량 생산 등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동국제강이 강판 제품에 “미학”, “상상력”, “건축문화”, 혹은 “선택의 자유”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추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일반 철강재보다 t당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해당 가치에 설득된 고객들에게 비싼 가격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는 원가 경쟁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최현자 서울대 교수
동국제강 컬러강판 사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고객 맞춤형’ 강판 생산이다. 동국제강은 다른 철강회사들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서 가격 경쟁을 벌이던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고객들이 상상하는 모든 패턴을 공급하겠다는 동국제강의 도전에 소비자들은 환호했고 그 결과 이 회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철강 분야와 달리 다른 분야에서는 ‘고객 맞춤형’ 전략이 일찍부터 활발하게 사용돼 왔다. 그래서, 특정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여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화(customization)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져 왔다.
한 연구는 소비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맞춤화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소비자 참여 수준이 가장 낮은, 완제품 외형선택형은 제품의 모양이나 색상, 크기, 포장, 라벨 등을 선택해서 바꿀 수 있는 방식이다. 스마트워치의 손목밴드를 자신이 원하는 재질과 색상으로 선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선택적 제품완성형은 제품의 부속품을 변경해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가구제품에서 소비자가 색상이나 재질을 선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 참여 수준이 가장 높은, 협력적 제품완성형은 소비자가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선호나 취향을 반영해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택 인테리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맞춤화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다. 세 가지 유형 중에서 협력적 제품완성형에 대해 가장 높은 지불의사를 보였다.
동국제강 컬러강판은 선택적 제품완성형 혹은 협력적 제품완성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 참여 수준을 적절하게 보장함으로써 맞춤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존의 B2B전략에서 B2D 그리고 B2C로의 마케팅 전환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건축설계사, 건축 디자이너 그리고 건축주야 말로 컬러강판의 참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자신이 맡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종소비자와 이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관여자들의 참여 수준을 어떤 방식으로 또 어느 수준으로 맞춤화가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