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달이 달리 보이듯 행복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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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우리는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걸까? 2022년 3월,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발표한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삶의 균형과 조화’ 순위는 150여 나라 중 8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매기는 경제력 순위 26위나 행복 순위 59위에 훨씬 뒤쳐지는 순위였다. 삶의 균형과 조화에서 최상위권인 북유럽 국가들은 행복 점수도 최상위권이었다.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행복 점수도 낮다는 뜻이니, 한국인 중에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삶의 불균형과 부조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털 사이트 석류숲의 온라인 광고 ‘블루문’ 편(2020)을 보면 보름달이 파랗게 떠오르며 광고가 시작된다. 석류숲(Pomegranate Grove)은 형이상학과 예술 및 과학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다.
카피는 이렇다.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뜨는 블루문이 일어납니다.” 2020년 10월 31일 할로윈 데이에 블루문(blue moon)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블루문이란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로, 서양 문화권에서는 불길한 징조를 상징하기도 했다.
황소자리 축제(Taurus Festival)의 블루문 행사를 온라인으로 예약하라며 광고가 끝난다. 황소자리 축제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4일 동안 계속하는 지역 축제인데 17세기부터 시작됐다.
할로윈 데이에 떠오르는 블루문은 평생 한번 볼까말까 하는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에 그 열기가 대단했다. 어쨌든 광고에서는 넉넉한 보름달을 강조했다. 여러 가수들은 <블루문>이란 노래를 부르며 보름달을 행복이 충만한 상태로 비유했다. 하지만 넉넉한 보름달의 모양도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우리네 삶이 언제나 보름달처럼 넉넉하게 유지되면 좋으련만 한쪽으로 이지러진 그믐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니베아크림의 광고 ‘그믐달’ 편(1989)을 만든 광고 창작자들은 크림통의 뚜껑을 열어 그믐달 모양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 뚜껑을 열어 통 위에 살짝 올려놓으니 그믐달 모양이 생기면서 ‘니베아 나잇(NIVEA night)’이란 브랜드 이름과 절묘하게 연결된다.
밤에 잠자기 전에 바르는 크림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이처럼 간명하게 표현한 것이다.
달은 모양에 따라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이 있다. 둥그런 쪽을 오른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모양이 초승달이고, 왼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모양이 하현달이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현실에서 오른손부터 초승달에 연결해서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상현달과 하현달은 둘 다 반달인데, 상현달은 오른쪽만 차있는 반달이고 하현달은 왼쪽만 차있는 반달이다.
왼손으로 감싸지는 그믐달로 밤에 바르는 크림이란 콘셉트를 잘 표현한 광고지만, 인생에 비유하면 이지러진 그믐달이다. 인도의 암환자단체(CPAA)의 광고 ‘다시 보름달’ 편(2009)에서는 달의 변화를 통해 암 환자의 고통을 표현했다.
헤드라인은 이렇다. “암이 당신의 삶을 잠식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Cancer need not eclipse your life).”
다음과 같은 보디카피가 이어진다.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로 암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름달이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 아놀드 파머, 콜린 파월, 랜스 암스트롱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광고에서는 월식 과정을 보여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969년에 설립된 암환자단체(CPAA, Cancer Patient Aid Association)는 인도 전역과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파키스탄과 같은 이웃나라의 암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선 활동을 하는 비정부 기구다.
1995년에 국제암연맹(UICC)의 정회원이 되었다. 광고에서는 그믐달(암)에서 하현달과 반달을 거쳐 보름달(완치)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로 암을 물리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똑같은 달인데도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듯 행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집트에서 집행된 에슬람 레조(Eslam Rezo)의 광고 ‘월식’ 편(2011)에서는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달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표현했다.
에슬람 레조(Eslam Rezo)는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아랍권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의 이름이다.
광고에 나타난 달의 모양을 보면 왼쪽은 초승달에서 상현달을 거쳐 보름달로 바뀌는 과정을, 오른쪽은 그믐달에서 하현달을 거쳐 보름달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모두 모이니 하트 모양이 된다. 달의 변화를 통해 사랑을 표현했다.
카피는 “월식(Lunar Eclipse)”이란 한 단어다. 월식(月蝕)은 달의 일부나 전체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즉, 달은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서 우리 눈에 다르게 보일 뿐이다. 광고에서는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이 두루 등장했다.
달을 인생에 비유해보면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는 성숙기이고, 보름달에서 그믐달까지는 쇠퇴기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성숙기나 쇠퇴기도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달과 마찬가지다. 돌고 도는 인생이란 말은 그냥 나오지는 않았다. 돌고 도는 과정에서 달이 성숙과 쇠퇴를 반복하듯, 인생에도 성숙기나 쇠퇴기가 있고 그 주기가 반복되기도 한다.
광고에 여러 형태의 달이 등장했다. 달 자체는 변하지 않았는데 지구에 가려져 그렇게 보이는 것이 과학적 진실이다. 우리가 오해하는 많은 것들도 보이는 현상만 피상적으로 인식한 결과다. 인식의 차이는 때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달을 소재로 활용한 네 편의 광고에서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인식 차이를 느끼게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인식도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행복이 널려 있는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스스로의 착각을 늘 경계해야 한다.
심리적 불균형과 부조화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다. 심리적 균형과 조화가 행복감을 느끼는 핵심 기준이란 사실을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균형과 조화 점수는 물론 행복 순위가 높은 상위권 국가의 사람들은 심리적 균형과 조화야말로 행복감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남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자신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우리 모두가 ‘일견사수(一見四水)’란 말을 떠올렸으면 싶다. 물을 한번 보고서도 입장에 따라 4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은 물을 물이라 생각하지만, 물고기는 자기가 사는 집으로, 천상에서는 수정으로, 아귀는 피고름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날씨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행복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김용택 시인은 달을 보며 이런 절창을 남겼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마음산책, 2021, 23쪽).
이 짧은 구절에 깊은 뜻이 담겨있다. 초승달이든, 상현달이든, 보름달이들, 하현달이든, 그믐달이든, 달이 떴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달빛이 곱다고 속삭이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보이는 것만으로 행복을 판단하지 말자.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만으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예단하지 말자. 행복이란 어쩌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진 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을 수 있으니까.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매기는 경제력 순위 26위나 행복 순위 59위에 훨씬 뒤쳐지는 순위였다. 삶의 균형과 조화에서 최상위권인 북유럽 국가들은 행복 점수도 최상위권이었다.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행복 점수도 낮다는 뜻이니, 한국인 중에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삶의 불균형과 부조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털 사이트 석류숲의 온라인 광고 ‘블루문’ 편(2020)을 보면 보름달이 파랗게 떠오르며 광고가 시작된다. 석류숲(Pomegranate Grove)은 형이상학과 예술 및 과학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다.
카피는 이렇다.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뜨는 블루문이 일어납니다.” 2020년 10월 31일 할로윈 데이에 블루문(blue moon)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블루문이란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로, 서양 문화권에서는 불길한 징조를 상징하기도 했다.
황소자리 축제(Taurus Festival)의 블루문 행사를 온라인으로 예약하라며 광고가 끝난다. 황소자리 축제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4일 동안 계속하는 지역 축제인데 17세기부터 시작됐다.
할로윈 데이에 떠오르는 블루문은 평생 한번 볼까말까 하는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에 그 열기가 대단했다. 어쨌든 광고에서는 넉넉한 보름달을 강조했다. 여러 가수들은 <블루문>이란 노래를 부르며 보름달을 행복이 충만한 상태로 비유했다. 하지만 넉넉한 보름달의 모양도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우리네 삶이 언제나 보름달처럼 넉넉하게 유지되면 좋으련만 한쪽으로 이지러진 그믐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니베아크림의 광고 ‘그믐달’ 편(1989)을 만든 광고 창작자들은 크림통의 뚜껑을 열어 그믐달 모양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 뚜껑을 열어 통 위에 살짝 올려놓으니 그믐달 모양이 생기면서 ‘니베아 나잇(NIVEA night)’이란 브랜드 이름과 절묘하게 연결된다.
밤에 잠자기 전에 바르는 크림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이처럼 간명하게 표현한 것이다.
달은 모양에 따라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이 있다. 둥그런 쪽을 오른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모양이 초승달이고, 왼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모양이 하현달이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현실에서 오른손부터 초승달에 연결해서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상현달과 하현달은 둘 다 반달인데, 상현달은 오른쪽만 차있는 반달이고 하현달은 왼쪽만 차있는 반달이다.
왼손으로 감싸지는 그믐달로 밤에 바르는 크림이란 콘셉트를 잘 표현한 광고지만, 인생에 비유하면 이지러진 그믐달이다. 인도의 암환자단체(CPAA)의 광고 ‘다시 보름달’ 편(2009)에서는 달의 변화를 통해 암 환자의 고통을 표현했다.
헤드라인은 이렇다. “암이 당신의 삶을 잠식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Cancer need not eclipse your life).”
다음과 같은 보디카피가 이어진다.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로 암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름달이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 아놀드 파머, 콜린 파월, 랜스 암스트롱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광고에서는 월식 과정을 보여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969년에 설립된 암환자단체(CPAA, Cancer Patient Aid Association)는 인도 전역과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파키스탄과 같은 이웃나라의 암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선 활동을 하는 비정부 기구다.
1995년에 국제암연맹(UICC)의 정회원이 되었다. 광고에서는 그믐달(암)에서 하현달과 반달을 거쳐 보름달(완치)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로 암을 물리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똑같은 달인데도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듯 행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집트에서 집행된 에슬람 레조(Eslam Rezo)의 광고 ‘월식’ 편(2011)에서는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달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표현했다.
에슬람 레조(Eslam Rezo)는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아랍권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의 이름이다.
광고에 나타난 달의 모양을 보면 왼쪽은 초승달에서 상현달을 거쳐 보름달로 바뀌는 과정을, 오른쪽은 그믐달에서 하현달을 거쳐 보름달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모두 모이니 하트 모양이 된다. 달의 변화를 통해 사랑을 표현했다.
카피는 “월식(Lunar Eclipse)”이란 한 단어다. 월식(月蝕)은 달의 일부나 전체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즉, 달은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서 우리 눈에 다르게 보일 뿐이다. 광고에서는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이 두루 등장했다.
달을 인생에 비유해보면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는 성숙기이고, 보름달에서 그믐달까지는 쇠퇴기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성숙기나 쇠퇴기도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달과 마찬가지다. 돌고 도는 인생이란 말은 그냥 나오지는 않았다. 돌고 도는 과정에서 달이 성숙과 쇠퇴를 반복하듯, 인생에도 성숙기나 쇠퇴기가 있고 그 주기가 반복되기도 한다.
광고에 여러 형태의 달이 등장했다. 달 자체는 변하지 않았는데 지구에 가려져 그렇게 보이는 것이 과학적 진실이다. 우리가 오해하는 많은 것들도 보이는 현상만 피상적으로 인식한 결과다. 인식의 차이는 때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달을 소재로 활용한 네 편의 광고에서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인식 차이를 느끼게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인식도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행복이 널려 있는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스스로의 착각을 늘 경계해야 한다.
심리적 불균형과 부조화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다. 심리적 균형과 조화가 행복감을 느끼는 핵심 기준이란 사실을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균형과 조화 점수는 물론 행복 순위가 높은 상위권 국가의 사람들은 심리적 균형과 조화야말로 행복감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남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자신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우리 모두가 ‘일견사수(一見四水)’란 말을 떠올렸으면 싶다. 물을 한번 보고서도 입장에 따라 4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은 물을 물이라 생각하지만, 물고기는 자기가 사는 집으로, 천상에서는 수정으로, 아귀는 피고름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날씨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행복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김용택 시인은 달을 보며 이런 절창을 남겼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마음산책, 2021, 23쪽).
이 짧은 구절에 깊은 뜻이 담겨있다. 초승달이든, 상현달이든, 보름달이들, 하현달이든, 그믐달이든, 달이 떴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달빛이 곱다고 속삭이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보이는 것만으로 행복을 판단하지 말자.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만으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예단하지 말자. 행복이란 어쩌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진 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