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1등' 삼성자산운용, 또 다른 고민 있다던데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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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미래운용과 순자산 차이 5조 미만 불과
업계 "올해 안에 뒤집을 수도 있는 격차"
삼성운용, 국내 첫 'KOFR 추종' ETF 등 대기
'ETF 인력 사관학교' 전락 우려
업계 "올해 안에 뒤집을 수도 있는 격차"
삼성운용, 국내 첫 'KOFR 추종' ETF 등 대기
'ETF 인력 사관학교' 전락 우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최고의 관심사는 '1등 싸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이 연내 삼성자산운용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두 기업 간 시장 점유율 싸움은 올 들어 운용 업계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다. 시점에는 이견이 있지만 삼성운용이 끝내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다.
이런 가운데 삼성운용 ETF 사업에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은 인기 테마 중심으로 국내외 상품 라인업을 꾸리기 바빴다면, 최근 들어선 국내 처음 시도되는 ETF 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한 선택' 보다는 '모험적 선택'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험으로 '최초' 수식어는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운용사에 선수를 빼앗겼다든가 동시 상장을 하게 됐다든가 하는 변수가 생기면서다.
15일 운용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이달 26일 초단기금리에 투자하는 코퍼(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관련 ETF 상품 1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첫 단독 출시다.
KOFR는 실거래 기반의 지표금리 개발을 권고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가 개발한 새로운 무위험지표금리다.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만큼 신뢰성을 갖춘 데다 초단기거래이기 때문에 시황을 신속하게 반영한다는 게 특징이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예탁금 이용료가 통상 0.25~0.5%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이 ETF에 뭉칫돈을 옮겨 넣을 유인이 커 보인다. 이날 기준 KOFR은 1.033%다.
이뿐 아니다. 내달 중에는 미국 ETF 산업 등 테마 2종을 출시한다. 특히 '미국 ETF 산업' ETF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ETF 운용사와 거래소, ETF 투자 관련 사업자, 지수·데이터 서비스 제공업자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벤치마크 지수는 인도 지수사인 '인딕스'(Indxx)와 협력해 개발한 'Indxx 미국 ETF 산업 톱 10 Index'다. 삼성운용으로선 인딕스와의 지수 공동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르면 오는 6월 중엔 타깃데이트펀드(TDF) 관련 ETF 3종을 선뵌다. 삼성운용은 2030·2040·2050 등 빈티지(은퇴 목표 시점)를 크게 세 분류로 나눠 3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삼성운용은 상반기 적어도 6종의 새로운 테마 ETF를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최초'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ETF 상품은 많지 않아 보인다. '미국 ETF 산업' ETF의 경우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먼저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품 출시 일정이 키움운용 뒤로 밀렸다. 키움운용은 이달 말에 먼저 관련 ETF를 출시하고, 삼성운용은 3주가량의 시간차를 두고 상장할 전망이다. 'TDF' 관련 ETF시리즈의 경우 전 세계 첫 출시이지만 다른 운용사들도 준비에 나선 상황이어서 단독 상장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중소형 운용사와 함께 동시 상장할 경우 수혜를 입는 쪽은 대형 운용사다. KODEX(삼성)·TIGER(미래에셋) 등 대형 운용사의 ETF 브랜드에 밀려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당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미래에셋운용을 견제해야 하는 삼성운용으로선 야심차게 내놓은 ETF들이 번번이 '최초' 타이틀을 빼앗기는 상황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동시 상장이 ETF 시장에선 일종의 관례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면서도 "콘셉트가 겹친 회사들끼리 '최초 상장'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인력 유출도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삼성운용은 수많은 ETF 핵심 인력들을 배출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전무) 등이 대표적인 삼성운용 출신 인물들이다. 신한자산운용의 ETF센터에도 여럿이다. 김정현 센터장을 비롯해 박수민 부장, 천기훈 팀장, 홍진우 팀장 등이 삼성운용을 거쳐갔다. 최근 들어선 삼성자산운용의 인덱스운용팀에서 근무하던 한 운용역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ETF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운용에서 나간 대부분의 인물들이 각사 ETF 관련 업무에서 중역을 맡고 있다. 좋게 표현하면 'ETF 인력 사관학교'인 셈이다. 그러나 내부 사정이나 사업 전략의 외부 노출 위험이 높아지다보니 삼성운용 입장에서는 달가울리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는 격"이라며 "사업 기밀이나 전략이 노출되진 않지만 다른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전략을 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일 기준 삼성운용 ETF 134종의 순자산총액은 31조3895억원, 미래에셋운용 ETF 138종의 순자산총액은 27조50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순자산총액 격차는 4조3387억원이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작년 초 약 52조원에서 올 1월 약 73조원으로 1년간 21조원가량 증가했다. 작년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가 한 해 동안 기여한 자산총액만 17조원에 이른다. 업계가 미래에셋운용이 연내 삼성운용의 시장 점유율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두 기업 간 시장 점유율 싸움은 올 들어 운용 업계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다. 시점에는 이견이 있지만 삼성운용이 끝내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다.
이런 가운데 삼성운용 ETF 사업에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은 인기 테마 중심으로 국내외 상품 라인업을 꾸리기 바빴다면, 최근 들어선 국내 처음 시도되는 ETF 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한 선택' 보다는 '모험적 선택'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험으로 '최초' 수식어는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운용사에 선수를 빼앗겼다든가 동시 상장을 하게 됐다든가 하는 변수가 생기면서다.
15일 운용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이달 26일 초단기금리에 투자하는 코퍼(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관련 ETF 상품 1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첫 단독 출시다.
KOFR는 실거래 기반의 지표금리 개발을 권고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가 개발한 새로운 무위험지표금리다.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만큼 신뢰성을 갖춘 데다 초단기거래이기 때문에 시황을 신속하게 반영한다는 게 특징이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예탁금 이용료가 통상 0.25~0.5%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이 ETF에 뭉칫돈을 옮겨 넣을 유인이 커 보인다. 이날 기준 KOFR은 1.033%다.
이뿐 아니다. 내달 중에는 미국 ETF 산업 등 테마 2종을 출시한다. 특히 '미국 ETF 산업' ETF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ETF 운용사와 거래소, ETF 투자 관련 사업자, 지수·데이터 서비스 제공업자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벤치마크 지수는 인도 지수사인 '인딕스'(Indxx)와 협력해 개발한 'Indxx 미국 ETF 산업 톱 10 Index'다. 삼성운용으로선 인딕스와의 지수 공동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르면 오는 6월 중엔 타깃데이트펀드(TDF) 관련 ETF 3종을 선뵌다. 삼성운용은 2030·2040·2050 등 빈티지(은퇴 목표 시점)를 크게 세 분류로 나눠 3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삼성운용은 상반기 적어도 6종의 새로운 테마 ETF를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최초'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ETF 상품은 많지 않아 보인다. '미국 ETF 산업' ETF의 경우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먼저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품 출시 일정이 키움운용 뒤로 밀렸다. 키움운용은 이달 말에 먼저 관련 ETF를 출시하고, 삼성운용은 3주가량의 시간차를 두고 상장할 전망이다. 'TDF' 관련 ETF시리즈의 경우 전 세계 첫 출시이지만 다른 운용사들도 준비에 나선 상황이어서 단독 상장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중소형 운용사와 함께 동시 상장할 경우 수혜를 입는 쪽은 대형 운용사다. KODEX(삼성)·TIGER(미래에셋) 등 대형 운용사의 ETF 브랜드에 밀려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당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미래에셋운용을 견제해야 하는 삼성운용으로선 야심차게 내놓은 ETF들이 번번이 '최초' 타이틀을 빼앗기는 상황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동시 상장이 ETF 시장에선 일종의 관례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면서도 "콘셉트가 겹친 회사들끼리 '최초 상장'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인력 유출도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삼성운용은 수많은 ETF 핵심 인력들을 배출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전무) 등이 대표적인 삼성운용 출신 인물들이다. 신한자산운용의 ETF센터에도 여럿이다. 김정현 센터장을 비롯해 박수민 부장, 천기훈 팀장, 홍진우 팀장 등이 삼성운용을 거쳐갔다. 최근 들어선 삼성자산운용의 인덱스운용팀에서 근무하던 한 운용역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ETF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운용에서 나간 대부분의 인물들이 각사 ETF 관련 업무에서 중역을 맡고 있다. 좋게 표현하면 'ETF 인력 사관학교'인 셈이다. 그러나 내부 사정이나 사업 전략의 외부 노출 위험이 높아지다보니 삼성운용 입장에서는 달가울리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는 격"이라며 "사업 기밀이나 전략이 노출되진 않지만 다른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전략을 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일 기준 삼성운용 ETF 134종의 순자산총액은 31조3895억원, 미래에셋운용 ETF 138종의 순자산총액은 27조50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순자산총액 격차는 4조3387억원이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작년 초 약 52조원에서 올 1월 약 73조원으로 1년간 21조원가량 증가했다. 작년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가 한 해 동안 기여한 자산총액만 17조원에 이른다. 업계가 미래에셋운용이 연내 삼성운용의 시장 점유율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