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라졌던 일본 직장인들의 ‘퇴근길 한 잔’이 되살아나고 있다. 텅 비었던 라면집에도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라면 체인점을 운영하는 하이데이히다카(종목번호 7611)의 주가가 최근 반등하기 시작한 이유다.
"반갑다, 퇴근길 맥주 한 잔"…입맛 살아난 하이데이히다카
14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하이데이히다카는 1812엔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주가는 최근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9.55% 뛰며 닛케이225지수 상승률(0.63%)을 크게 웃돌았다.

하이데이히다카는 라면 체인점 ‘히다카야’를 중심으로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회사다. 라면 한 그릇이 300~400엔으로 매우 저렴하고 역 근처에 가게가 많아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타기 전 가볍게 한 잔 하러 들르는 곳으로 꼽힌다.

라면집은 음식 단가가 싸다 보니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역 근처 등 번화가에 가게를 좀처럼 내지 않는다. 하지만 하이데이히다카의 전략은 달랐다. 저가의 햄버거를 파는 맥도날드가 역 근처에 가게를 차리고 충분히 수익을 내듯 라면집도 가능하다고 봤다. 과감하게 목 좋은 곳에 가게를 내는 대신 회전율을 높이고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방식을 택했다.

상당수 일본 술집이 술값과 음식값 외에 착석료를 받지만, 하이데이히다카는 받지 않는다. 술집이 아니라 라면집이어서다. 900엔이면 라면 한 그릇에 만두 6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부담 없이 한 잔만 하고 싶은 직장인들의 수요를 겨냥했다

전략은 통했다. 하이데이히다카는 일본 열도에 ‘가볍게 한 잔(초이노미)’ 문화를 정착시켰다. 경기 침체에도 1999년 상장 이후 2019년까지 매출이 20년 연속 증가했다. 주가도 이에 반응해 최근 10년 동안 약 5배 올랐다.

하이데이히다카의 질주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매출이 급감하면서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다.

올 들어 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반전했다. 올해 흑자 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하이데이히다카는 18억엔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라면 등 점포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실적을 웃돈 것이다. 야마다 쓰토무 au카부코무증권 연구원은 “하이데이히다카가 향후 신규 점포를 더 적극적으로 내면 코로나19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