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엽 "안견이 꿈꾼 이상향, 춤으로 풀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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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안무가 신작 '몽유도원무', 21~24일 국립극장 공연
안견의 명화 '몽유도원도' 모티브
고된 삶의 여정 끝 도원 이르는 과정
춤·음악·미디어아트로 재해석
봇짐 짊어진 무용수들의 움직임
굽이진 산세를 수묵화처럼 표현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맡아
국립무용단의 협업 제의로 참여
안견의 명화 '몽유도원도' 모티브
고된 삶의 여정 끝 도원 이르는 과정
춤·음악·미디어아트로 재해석
봇짐 짊어진 무용수들의 움직임
굽이진 산세를 수묵화처럼 표현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맡아
국립무용단의 협업 제의로 참여
“자자, 공연장 무대로 옮기기 전에 연습실에서 하는 마지막 ‘런스루’(run-through·실제 공연처럼 중단 없이 하는 연습)입니다. 옆 사람을 느끼면서 움직여야 합니다. 다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4층 연습실. 오는 21~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하는 국립무용단 신작 ‘몽유도원무(夢遊桃源舞)’의 마지막 ‘연습실 리허설’ 현장이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의 ‘연습 시작’ 사인이 떨어지자 MR(Music Recorded·녹음된 음악)에 맞춰 국립무용단원들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2열로 세 명씩 포개 앉은 여섯 명의 무용수가 어깨와 팔, 무릎으로 굽이굽이 연속되는 곡선을 그려냈다. 그 뒤로 반원 모양의 봇짐을 겹겹이 짊어진 한 무용수가 좌우로 움직이며 다양한 동작을 취했다.
조명, 세트 등 무대 장치도 없고 의상도 갖춰 입지 않은 런스루지만, 단원들은 실제 공연하듯 진지하게 움직였다. 안무와 총연출을 맡은 차진엽은 기자에게 “실제 공연에선 무대 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족자에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검은 그림자로 형상화돼 마치 수묵화처럼 그려진다”고 귀띔했다.
몽유도원무는 장르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 무용가’ 차진엽과 전통춤을 수련한 국립무용단의 첫 협업 작품이다. LDP무용단 창단 멤버인 차진엽은 영국 호페쉬 쉑터, 네덜란드 갈릴리 등 세계적인 무용단에서 활약한 한국의 대표 현대무용가다. 2012년 아트그룹 콜렉티브에이를 창단해 그해 한국춤비평가상 ‘베스트 작품상’, 2017년 춤평론가상 작품상을 거머쥐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감독과 지난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맡았다.
“1년 전쯤 협업을 제의받은 뒤 줄곧 ‘어떤 주제로 만들어야 국립무용단에 어울릴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몽유도원도가 떠올랐어요. 굽이굽이 이어진 한국의 산세, 그리고 현실세계와 이상세계가 공존하는 듯한 모습…. 이런 장면이 갑자기 훅 들어오더라고요.”
작품은 15세기 조선 전기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현실세계의 험난한 여정을 딛고 이상세계인 도원에 이르는 과정을 차진엽 특유의 감각적인 춤과 음악, 미디어아트로 풀어낸다. “제목이 몽유도원‘도(圖)’가 아니라 ‘무(舞)’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폭의 그림을 살아 움직이는 몸으로 그려내는 거죠. 안견의 그림에 비춰 돌아본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그립니다.”
그가 창작의 원천으로 삼은 건 ‘굽이진 산세’다. “멀리서 보면 더없이 장엄하고 아름답지만, 직접 걷는다면 그렇게 고된 일도 없을 겁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세계인데, 어릴 때는 마냥 행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결국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봤던 존재를 다시 깨우고 삶을 돌아보는 거죠.”
모두 아홉 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전반부엔 함께 산세를 그리던 무용수들이 봇짐을 하나씩 나눠지고 서로 닮은 동작으로 이리저리 걷고 뛴다. 음악은 차진엽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전자음악가 하임과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이 맡는다. 몽환적인 리듬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주변 음향’ 같은 음악으로 현실의 고된 정서를 묘사한다.
후반부엔 봇짐을 벗어버린다. 자유롭다. 무용수 각자의 호흡과 춤사위로 생동하는 개성을 드러낸다. 잠깐이지만 브레이크댄스 동작도 나오고, LDP무용단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단체 군무도 펼친다.
“수묵적인 느낌의 전반부는 굽이굽이 가는 여정을 표현했습니다. 봇짐은 삶의 무게를 담고 있죠. 후반부엔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의 조화된 모습을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합니다. 무대에 색채들이 아름답게 펼쳐지죠.”
차진엽은 ‘원형하는 몸’ 연작 등 무용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일련의 작품들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도 미디어아트를 활용한다. 그는 “미디어아트로 무용수의 정서와 작품의 흐름을 펼쳐낸다”며 “시각적으로 몸의 움직임을 압도할까봐 조심스럽지만, 주제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4층 연습실. 오는 21~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하는 국립무용단 신작 ‘몽유도원무(夢遊桃源舞)’의 마지막 ‘연습실 리허설’ 현장이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의 ‘연습 시작’ 사인이 떨어지자 MR(Music Recorded·녹음된 음악)에 맞춰 국립무용단원들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2열로 세 명씩 포개 앉은 여섯 명의 무용수가 어깨와 팔, 무릎으로 굽이굽이 연속되는 곡선을 그려냈다. 그 뒤로 반원 모양의 봇짐을 겹겹이 짊어진 한 무용수가 좌우로 움직이며 다양한 동작을 취했다.
조명, 세트 등 무대 장치도 없고 의상도 갖춰 입지 않은 런스루지만, 단원들은 실제 공연하듯 진지하게 움직였다. 안무와 총연출을 맡은 차진엽은 기자에게 “실제 공연에선 무대 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족자에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검은 그림자로 형상화돼 마치 수묵화처럼 그려진다”고 귀띔했다.
몽유도원무는 장르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 무용가’ 차진엽과 전통춤을 수련한 국립무용단의 첫 협업 작품이다. LDP무용단 창단 멤버인 차진엽은 영국 호페쉬 쉑터, 네덜란드 갈릴리 등 세계적인 무용단에서 활약한 한국의 대표 현대무용가다. 2012년 아트그룹 콜렉티브에이를 창단해 그해 한국춤비평가상 ‘베스트 작품상’, 2017년 춤평론가상 작품상을 거머쥐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감독과 지난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맡았다.
“1년 전쯤 협업을 제의받은 뒤 줄곧 ‘어떤 주제로 만들어야 국립무용단에 어울릴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몽유도원도가 떠올랐어요. 굽이굽이 이어진 한국의 산세, 그리고 현실세계와 이상세계가 공존하는 듯한 모습…. 이런 장면이 갑자기 훅 들어오더라고요.”
작품은 15세기 조선 전기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현실세계의 험난한 여정을 딛고 이상세계인 도원에 이르는 과정을 차진엽 특유의 감각적인 춤과 음악, 미디어아트로 풀어낸다. “제목이 몽유도원‘도(圖)’가 아니라 ‘무(舞)’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폭의 그림을 살아 움직이는 몸으로 그려내는 거죠. 안견의 그림에 비춰 돌아본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그립니다.”
그가 창작의 원천으로 삼은 건 ‘굽이진 산세’다. “멀리서 보면 더없이 장엄하고 아름답지만, 직접 걷는다면 그렇게 고된 일도 없을 겁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세계인데, 어릴 때는 마냥 행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결국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봤던 존재를 다시 깨우고 삶을 돌아보는 거죠.”
모두 아홉 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전반부엔 함께 산세를 그리던 무용수들이 봇짐을 하나씩 나눠지고 서로 닮은 동작으로 이리저리 걷고 뛴다. 음악은 차진엽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전자음악가 하임과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이 맡는다. 몽환적인 리듬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주변 음향’ 같은 음악으로 현실의 고된 정서를 묘사한다.
후반부엔 봇짐을 벗어버린다. 자유롭다. 무용수 각자의 호흡과 춤사위로 생동하는 개성을 드러낸다. 잠깐이지만 브레이크댄스 동작도 나오고, LDP무용단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단체 군무도 펼친다.
“수묵적인 느낌의 전반부는 굽이굽이 가는 여정을 표현했습니다. 봇짐은 삶의 무게를 담고 있죠. 후반부엔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의 조화된 모습을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합니다. 무대에 색채들이 아름답게 펼쳐지죠.”
차진엽은 ‘원형하는 몸’ 연작 등 무용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일련의 작품들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도 미디어아트를 활용한다. 그는 “미디어아트로 무용수의 정서와 작품의 흐름을 펼쳐낸다”며 “시각적으로 몸의 움직임을 압도할까봐 조심스럽지만, 주제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