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용장관에 노동계 출신 이례적 발탁…"노·사·정 사회적 대화, 노사 자율에 맡겨야"
윤석열 정부 초대 노동정책을 이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현장 중심의 합리적 노사관계를 이끌 인사로 평가된다. 윤 당선인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건 노동계를 끌어안으면서 점진적으로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14일 장관 인선을 발표하며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의 밑그림을 그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도 지명 후 기자회견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대해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노사 간 신뢰를 토대로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문제, 양극화 해소, 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 등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보호, 차별 시정 완화 등이 긴급하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선 “빨리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에 대해선 “최저임금위원회가 이견을 충분히 조율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학생운동을 하다 1986년 한국노총에 몸담았고 주요 보직을 거쳐 사무처장까지 지냈다.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전문위원 등 사회적 대화에도 수차례 참여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등을 맡으며 고용부와도 폭넓은 접점을 유지해왔다. 2017년에는 노동계 출신으론 처음으로 고용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재단 사무총장 퇴임 후인 2020년에는 삼성전자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일각에선 한국노총 출신이 고용부 수장에 지명되면 노동개혁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기업의 취업규칙 변경 확대) 등 노동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실패한 경험을 (윤 당선인이) 반면교사로 삼았다”며 “이 후보자는 일방적인 투쟁 기조만 고집하지 않았고 고용부는 물론 경영계와도 두루 대화를 나눠온 인사로, 합리적 노사관계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새 정부에서 합리적인 조정자로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충북 제천(61) △대전고 △서울대 경제학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정책본부장 △사 무처장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전문위원 △노사 정위원회 전문위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 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중앙노동 위원회 위원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