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의 시대?…'위드 베어스'도 준비하라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봄이 오면서 일본에는 '곰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등산객이 깊은 산속에서 곰에게 공격받는 사례가 늘어서가 아니다. 최근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시가지 주변에 서식하면서 마을에 출몰하는 '어번 베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전했다.

일본 환경성이 2016~2020년 5년간 곰에게 공격당한 피해자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2018년 50여건이었던 사고 건수가 2020년 140여건으로 늘었다. 특히 2020년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주택가·시가지, 농지)에서 곰에게 공격당한 사례가 37.6%로 산림에서 피해를 본 사례(34.8%)를 웃돌았다.

비정부기구(NGO) '일본베어네트워크(JBN)'의 사토 요시카즈 대표(낙농학원대 교수)는 지난 1월 심포지엄에서 "일상생활에서 곰과 돌연 조우하고, 최악의 경우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현재 혼슈와 시코쿠에 반달가슴곰, 홋카이도에 불곰이 서식한다. 규슈에서는 곰이 멸종됐다. 곰은 원래 인기척이 느껴지면 도망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번 베어는 시가지 주변에 서식하면서 곧잘 마을에 출몰한다는 점이 다르다.

야마자키 고지 JBN 위원장(도쿄농대 교수)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비교적 약해서 백주대낮에 정원의 감과 같은 과실을 따먹으려 오는 개체도 있다"고 지적했다.

어번 베어의 등장은 곰 서식지가 확대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관리 부족으로 마을 야산의 초목이 무성해지면서 주택지와 곰 거주지의 간격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수렵인의 감소,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정책으로 인한 개체수 증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사토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생활양식이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로 곰과 공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위드베어즈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고이케 신스케 JBN 부대표(도쿄농공대 교수)는 "곰과 사람의 영역을 구분하는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생활권 주변의 임야를 벌목·벌채해 완충지대를 만들면 곰이 인간의 생활권에 쉽사리 침입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