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부터 잡자" 금리 올렸지만…경기둔화에 인상 속도 조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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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총재 공석 속
금통위원 6명 만장일치로 올려
1월 이어 3개월 만에 올려
물가냐 성장이냐 딜레마
금통위원 6명 만장일치로 올려
1월 이어 3개월 만에 올려
물가냐 성장이냐 딜레마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총재 공석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건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불 끄기’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3.0%를 밑돌 것이라고 밝히면서 고(高)물가와 저(低)성장에 모두 대처해야 하는 고민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에서는 ‘5월 인상설’에 무게를 실었다.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공석인 데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위원은 “한 달여 기간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총재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와의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주 위원은 전했다.
성장률이 둔화되면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초 올해 두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4월에 이어 5월까지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주열 전 한은 총재도 지난 2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에 이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 위원은 그러나 “금통위원의 의견이 그 전보다 조금 다양해진 것 같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물가를 보면 좀 더 (기준금리를) 높여야 되지 않냐는 생각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의 하방(성장률 하락)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생각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경기 둔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금통위 내에서 제기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금리 인상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늦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전날 대비 0.1%포인트 넘게 급락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민지희 미래에셋대우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는 국내 경기 하강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 한 차례만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이상 인상)을 예고한 미국처럼 속도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연말이나 내년 초께 미국 금리와 비슷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긴축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달라지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성장률보다는 물가가 한은의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는 수준”이라며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Fed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 위원은 그러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치솟는 물가에 대응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은 14일 기준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꼽았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물가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4.1% 상승하며 2011년 12월(4.2%)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도 148.80으로 5.3% 뛰며 197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하면 수입물가는 35.5%나 뛰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등이 영향을 미쳤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에서는 ‘5월 인상설’에 무게를 실었다.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공석인 데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위원은 “한 달여 기간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총재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와의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주 위원은 전했다.
올 성장률 전망 낮춰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내놓은 기존 전망치(3.0%)보다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증가하고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에서 부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성장률이 둔화되면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초 올해 두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4월에 이어 5월까지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주열 전 한은 총재도 지난 2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에 이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 위원은 그러나 “금통위원의 의견이 그 전보다 조금 다양해진 것 같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물가를 보면 좀 더 (기준금리를) 높여야 되지 않냐는 생각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의 하방(성장률 하락)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생각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경기 둔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금통위 내에서 제기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금리 인상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늦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전날 대비 0.1%포인트 넘게 급락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민지희 미래에셋대우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는 국내 경기 하강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 한 차례만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이상 인상)을 예고한 미국처럼 속도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연말이나 내년 초께 미국 금리와 비슷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긴축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달라지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성장률보다는 물가가 한은의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는 수준”이라며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Fed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 위원은 그러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