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품 제조를 믿고 맡길 기술자들이 오래전에 현장을 떠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제조 현장에서 10년 이상 노하우를 쌓은 30~40대 고숙련 기술자들이 일감이 사라진 원전 부품 제조업계를 떠나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다른 업종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망하는 게 예정된 업종인데"…숙련기술자 이미 무더기 이탈
강성현 영진테크윈 대표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업종인데 10년 이상 경력자들이 많이 그만뒀다”며 “15명까지 있던 직원이 지금은 7명 수준으로 반토막”이라고 했다. 실제로 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원자력산업체 인력은 2016년 2만2355명에서 2020년 1만9019명으로 3336명(15%) 감소했다.

신입 직원들을 뽑아서 교육하는 것도 한계를 맞이했다. 탈원전 정책 시행으로 ‘망하는 게 예정된 사업’이란 인식이 퍼진 탓에 젊은 층은 원전업계에 발을 들이길 망설이고 있다. 최재형 삼부정밀 대표는 “2017년에 의욕적으로 사업을 해보려고 젊은 신입직원들을 뽑았지만 원전산업의 미래가 어렵다고 보고 모두 1~2년 만에 나가버렸다”고 전했다.

원자력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원전업계의 작년 신규 채용 인원은 2037명으로 2020년 채용인원(6401명)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올해 신규 채용(계획)은 작년보다 더욱 줄어든 825명에 그쳤다. 3년 사이에 채용 규모가 8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현장 기술자뿐 아니라 고학력 연구자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전국 주요 원자력 관련 대학교 17개 학과의 입학생은 2015년 840명에서 2021년 608명으로 줄었다.

입학해도 학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다.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재학생은 탈원전 선언 이듬해인 2018년 64명에서 2020년 34명, 2021년 21명으로 67.1% 급감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재학생 역시 195명(2018년)에서 144명(2021년)으로 26.1% 줄었다. 특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경우 2018년 한 해 동안 재학생 8명이 자퇴하고 1명이 미등록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