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동안 일본은 ‘강제로’ 탈원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 같은 원자로 제조업체는 물론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원전 부품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의 원전 부품 수출은 2010년 1314억엔(약 1조2793억원)에서 2020년 214억엔(약 2083억원) 규모로 주저앉았다. 이에 일본은 원자로와 부품산업을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전략으로 오랜 기간 대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세계적인 안전 기준 강화와 건설비 증가 탓에 경쟁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안팎으로 장기화한 원전산업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부품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나섰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원전을 통째로 수출하는 전략에서 경쟁력 있는 원전 부품 제조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원전 산업 살리기에 정부가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부품 제조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안전 규제 규격을 취득하는 것을 지원하고 △현지 원전 제조사 매칭 △해외 프로젝트 정보 제공 △보수 점검 지원 서비스 제공 사업 등을 돕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관련 예산을 2023년도 예산안에 편성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새로 짓는 차세대 원전에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격납용기, 밸브, 고온가스로, 연료봉 등을 공급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원전 등에 납품 실적이 있는 IHI(원자로 격납용기), 에바라제작소(냉각 펌프) 같은 업체가 늘어날 것을 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탈(脫)탄소 움직임이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신규 원전 부품 수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시장은 2050년 389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원전 기술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 기업의 기술에 대한 관심이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