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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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00여 개 시공 현장이 멈춰선다. 건설자재, 인건비 상승으로 시공사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온 철근 콘크리트 업계가 반발하면서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고 있는 주택 건설 현장도 포함됐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연합회가 이 날 회원사 대표 회의를 열어 오는 20일부터 현장 셧다운을 하기로 결의했다.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지역 소재 연합회 소속 철근콘크리트 51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 업체들이 골조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전국 현장 200여 개가 대상이다.

전국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도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까지 참여하면 시공현장 600여 개가 셧다운을 하게 된다. 전국 연합회는 18일 회의를 열고 전체 셧다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셧다운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인건비·자재비 상승이 계기가 됐다. 전국 연합회는 전국 건설현장 1000여 곳에 “공사 계약금을 20% 올려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월 보냈다. 최근 1년 새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급격하게 올라 기존 계약금에 더 이상 공사를 할 수 없다는 게 공문의 요지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도 작년 1월 t당 67만원에서 같은 해 12월 105만원으로 폭등했다. 업계에 따르면, 목재 합판 잡철물 가설재 등도 약 70%가 인상됐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각국이 인프라 사업을 확장하며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인건비도 폭등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올해 상반기 형틀목수의 시중 노임단가는 하루 24만2138원이다. 2018년 상반기(18만9303원)와 비교해 27.9%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공사들이 공사 계약금 인상에 나서지 않자 전국 연합회는 지난달 2일 전국 36곳에서 1차 셧다운을 했다. 여기에도 시공사들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호남제주 연합회가 나서 더 큰 규모의 단체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제주호남 연합회 관계자는 "원청사로부터 손실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여력이 부족한 철콘업종 회사 줄도산이 발생할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기에 이번 셧다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전국 철근콘크리트 연합회 회원사들은 다음주 초부터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전국 현장 50여 곳에서 셧다운에 돌입한다고 결의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