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파사트GT. 사진=신현아 기자
폭스바겐 파사트GT. 사진=신현아 기자
폭스바겐 중형 세단 파사트GT를 타봤다. 파사트GT는 1973년 1세대 출시 이후 8번의 세대 변경을 거친 정통성 있는 브랜드 대표 세단으로 한때 탄탄한 기본기와 고급감으로 폭스바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차다.

이 차는 편안함을 베이스로 효율성, 알찬 옵션 사양 등 모든 요소가 모난 곳 없이 균형을 이룬 점이 특징이다. 이번 연식변경 모델부터는 친환경성이 가미된 새로운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이외에도 주차보조 기능 등 주행보조·편의사양이 추가돼 상품성이 높아졌다.
폭스바겐 파사트GT. 사진=신현아 기자
폭스바겐 파사트GT. 사진=신현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동역에서 경기 평택항까지 왕복 약 219km를 주행했다. 시승 당일 날씨는 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치솟을 정도로 화창했다. 경로 특성상 고속도로 주행이 많았다. 파사트GT는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 4모션 등 3종의 트림으로 구성됐다. 시승은 가장 중간 트림인 '프레스티지'로 진행했다.

가속 페달을 밟아 보니 독일 차 특유의 투박한 주행 질감이 느껴졌다. 출발할 때 엔진 반응은 빨랐다. 실용 영역에선 매끄러우면서도 탄탄한 주행을 보여줬다.

파사트GT는 2.0 TDI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200마력, 최대 토크 40.8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출력은 이전 모델보다 10마력 올랐다. 최대토크는 1750~3500RPM(엔진회전수)의 넓은 영역에서 지원된다. 다만 급하게 속도를 올리면 RPM 게이지가 확 치솟으면서 엔진이 거칠어지는 게 소리로 느껴진다. 예민한 운전자에겐 이 소리가 거슬릴 수 있다. 약간의 하체 진동이 느껴졌으나 디젤 엔진임을 감안하면 잘 억제된 편이다.
 2022년형 파사트GT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 사진=폭스바겐
2022년형 파사트GT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 사진=폭스바겐
전반적인 세팅은 단단한 쪽에 가깝다. 노면 충격은 어느 정도 걸러서 전달돼 운전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크지 않았다. 219km 주행 이후 확인한 연비는 L당 17.6km였다. 복합 공인 연비(프레스티지 기준)인 15.7km/L를 뛰어넘은 수치다. 고속도로 주행이 많았지만 도심과 일부 구간에서 정체가 꽤 길었던 걸 감안하면 효율은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전 트림에 장착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IQ. 드라이브'는 활용도가 높았다. 시속 210km에 이르는 속도까지 주행을 보조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트래블 어시스트)이 적용돼 가속 시 답답하지 않게 속도를 올렸다. 아쉬웠던 건 차선유지 기능이다. 오른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스티어링 휠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했다.
폭스바겐 파사트GT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폭스바겐 파사트GT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내외관은 오랜 전통을 가진 모델답게 깔끔함과 클래식한 면이 돋보였다. 화려함보단 기능에 충실한 독일차 특성이 잘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과 첨단 장비의 활용으로 촌스럽다는 느낌이 크지 않다. 실내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장착됐으며 예스러운 부츠형 기어 노브와 은은하게 조화를 이룬다. 계기판은 속도계와 내비게이션 등의 화면을 다양하게 띄울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은 폭스바겐 본사에서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 무선 연결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지원한다. 무선 스마트폰 충전 기능도 지원하지만 작동이 잘 안 된다. 휴대폰 발열이 심해져 자주 사용하진 않았다.
2022년형 파사트GT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진=폭스바겐
2022년형 파사트GT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진=폭스바겐
프레스티지 모델부터는 판넬형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열선 스티어링 휠, 파노라믹 선루프 등이 적용된다. 판넬형이라 고급감이 떨어지는 건 살짝 아쉽다. 앞좌석 통풍 시트와 뒷좌석 열선 시트도 지원된다. 프레스티지 4모션은 이에 더해 360도 어라운드 뷰, 주차보조 기능 등이 이번 연식변경 모델부터 추가로 들어간다.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산업 트렌드가 변화하는 가운데 디젤차를 향한 쓴소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 디젤차 판매량은 지난해와 올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폭스바겐은 엔진에 두 개의 SCR 촉매변환기를 이용한 '트윈도징' 기술을 적용했다. 이 경우 질소산화물은 기존 대비 약 80%까지 저감된다.

파사트GT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인하 기준 프리미엄 4312만6000원, 프레스티지 4901만7000원, 프레스티지 4모션 5147만1000원이다. 이달 프로모션 혜택으로 중고차 반납 보상 프로그램 '트레이드인' 프로그램(300만원 지원)과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 프로모션(3% 할인) 혜택을 모두 적용하면 프리미엄 모델 기준 3800만원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