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CCTV 확보 후 은신처 오피스텔 특정…포위망 좁혀
이씨 아버지 통해 자수 설득…체포 당시 초췌한 모습
'계곡살인' 피의자들 수배 중에도 거리 활보…CCTV 포착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는 검찰이 언론을 통해 공개수배를 한 이후에도 태연하게 은신처 인근 거리를 활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씨와 조씨는 이달 초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지하철 3호선 삼송역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이면도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모습이 찍혔다.

이 이면도로는 이들이 숨어지낸 오피스텔 근처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이씨와 조씨의 얼굴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고 공개수배를 한 바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계속 보도되는 상황에서도 거리를 돌아다녔고, 경찰은 최근 이들의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3년간 진행된 수사 서류와 피의자들의 진술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숨어지낼 만한 지역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대를 특정했다"며 "3∼4일 전쯤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린 이유"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CCTV 화면을 토대로 이씨와 조씨가 인근에서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여러 오피스텔 단지에서 집중적인 탐문을 했다.

이틀가량 탐문해 포위망을 좁혀가던 중 그동안 신뢰 관계를 형성했던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미 은신처로 사용되는 오피스텔을 특정한 경찰은 이씨의 아버지를 통해 오피스텔 건물 복도로 이씨와 조씨가 스스로 나오도록 설득했다.

오피스텔 건물 복도에는 조씨 혼자 나왔고, 수사관이 조씨를 따라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 이씨도 함께 체포했다.

이들은 그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듯 비교적 야윈 상태였고, 체포 당시 초췌한 모습이었다.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 내부에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가 3∼4상자 쌓여 있었으며 내부는 집기류도 거의 없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수사관이 "건강 상태는 어떻냐"고 묻자 "괜찮다"며 고개를 숙인 이씨는 "지난해 12월 도주했을 때부터 이 오피스텔에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은신처인 오피스텔이 몇 동인지까지 특정한 상태에서 이씨 아버지로부터 자수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오피스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체포할 수도 있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어 안전한 방법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