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3월 물가상승률 1981년 이란·이라크전 이후 최고
연료, 식료품 안오른 게 없어…독일 시민 7명중 1명은 생활비 감당 못해

"올해를 버티려면 집에 있는 가스탱크를 채워야 하는데 L당 가격이 배로 올라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독일 뮌헨 인근 주택에 사는 건축설계사 주잔네 홀란드 씨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배로 뛴 액화천연가스(LPG) 가격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독일에서 매년 4∼6월은 시민들이 다음 한 해 동안 난방과 요리에 쓸 가스나 석유 탱크를 채우는 시기다.

연중 이때 연료 가격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한 가정에서 보통 1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2천L가량이 필요한데 이 가격이 지난해 L당 64센트(약 850원)에서 현재는 1유로25센트(약 1천660원)로 배로 치솟았다.

1년간 쓸 가스탱크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이 1천280유로(약 170만원)에서 2천500유로(약 332만원)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인플레 쓰나미]③ "이건 미친 물가"…독일 시민들 '비명'(끝)
유럽의 최대 경제 강국 독일도 전세계를 휩쓰는 인플레이션의 파도를 피할 순 없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독일의 3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7.3% 뛰었다.

이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었던 1981년 11월 7.3%(서독 기준) 이후 4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2월(5.1%)에 비해서도 상승세가 가팔랐다.

물가 급등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은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세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이미 물가가 서서히 오르는 터였다.

독일 시민들은 주유소와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급등하는 물가를 실감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치솟은 것은 에너지 가격이다.

난방유는 1년 전보다 144%, 주유소 휘발유나 경유 가격은 1년 전보다 47.4%, 가스 가격은 41.8%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생활필수품 가격의 오름세도 놀라운 수준이다.

3월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6.2% 올라 2월(5.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식용유와 버터 가격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7.2%, 신선야채 가격은 14.8% 뛰었다.

독일 서민이 자주 찾는 할인 슈퍼마켓 체인 알디는 지난주 상품 가격을 20∼50% 올린다고 발표했다.

플로리안 숄벡 알디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는 "앞으로 육류와 소시지, 버터가 뚜렷하게 비싸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장바구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료와 비료,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육가공 업체의 공급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 쓰나미]③ "이건 미친 물가"…독일 시민들 '비명'(끝)
홀란드 씨는 요즘 장바구니 물가를 두고 '미친 상황'이라고 했다.

"쌀 가격도 20% 상승했고, 식료품 가격은 30% 인상된다고 하는데 완전히 미친 상황이죠. 정말 끔찍합니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이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어요"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식 치킨 레스토랑 '꼬끼오'(Kokio)를 운영 중인 안정아 대표는 "이번 주부터 치킨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5%가량 올렸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식용유 가격이 20%가량 급등했고 한국에서 배송되는 재료 가격과 닭 등 현지 식료퓸 가격도 평균 10∼15% 올라 제품 가격을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면서 독일 성인 중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독일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말 포스트방크의 의뢰로 독일 거주 성인 2천144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성인의 비율은 7명 중 1명꼴인 15.2%로 집계됐다.

1월에만 해도 이 비율은 11%였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물가 급등으로 씀씀이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연합뉴스